‘복제연구…’ 기획 참신

2006.02.01 18:02

황우석 사건에 대한 보도과정에서 언론은 많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객관성과 전문성으로 국민의 이해를 도와야 할 언론이 국익의 논리, 영웅 만들기 신화에 기대어 타 언론을 공격하고, 취재윤리 운운하면서도 정작 진실을 가린 보도를 함으로써 국민을 혼란에 빠뜨린 것이 사실이다. 황우석 사태를 바라보며 검증되지 않은 왜곡보도를 일삼던 언론 중 늦게나마 자신의 보도태도에 자성의 목소리를 낸 것은 경향신문과 한국일보 정도로 기억된다.

황우석 교수의 기자회견 이후 검찰 수사단계로 넘어간 현 시점에서 언론들은 수사 진행상황을 간간이 알려주는 정도의 소극적인 대응에 머물고 있다.

이 때 경향신문의 기획시리즈 ‘복제연구 다시보기’는 타 언론과 대비되는 신선함을 주는 기사였다. 사건보도에만 머물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가 황우석 사태가 생명공학에 미칠 영향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 복제연구의 현실을 되짚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기획기사로서의 의미가 있었다.

사건을 알리는 단타성 보도에 비해 기획기사는 각 영역의 주제를 좀더 심층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며, 판단할 수 있는 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3회에 걸친 기획시리즈는 1월18일 황우석 논문을 바탕으로 복제기술, 형질전환기술, 줄기세포 연구 현실을 자세히 정리하였고, 25일에는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생명공학 연구의 핵심 내용 중 논란이 있는 이종간 장기이식의 현 수준을 알리면서 그 문제점에 대한 지적과 함께 동물 생명을 담보로 한 연구에서의 엄격한 윤리적용 필요성에 대한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2월1일자 기사에서는 연구윤리의 원칙은 있으나 실행되지 않는 유명무실한 지침임을 드러내고 연구 진실성 확보를 위한 연구윤리 실천방안의 중요성을 알리는 역할을 함으로써 그 내용과 접근에 있어 참신했다.

여기에 복제연구라는 생명공학기술과 여성의 몸에 대한 기획이 덧붙여졌으면 좀더 풍부한 접근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생명공학기술 연구에서 윤리적 기준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여성에게 미치는 피해는 황우석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난자기증을 하게 된 여성들의 증언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지금까지 과학기술과 의학의 적용과정에서 여성은 주체가 아닌 통제의 대상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의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은 연구를 위한 목적만 있을 뿐 여성의 건강과 인권에 대한 고려는 빠져있다. 생명공학기술과 여성은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여성의 관점에서 안전성과 윤리의 문제를 고민하는 논의가 있어야 한다. 생명을 살리는 연구라 할지라도 다른 사람의 희생을 담보로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생명윤리와 연구윤리, 배아복제를 포함한 복제연구에 관한 논쟁은 결론이 쉽게 나지 않는 주제이다. 각 개인의 생명윤리관, 난치병 연구, 이종간 착상의 문제, 생명과 여성이 도구화하는 문제, 난자매매, 우생학적인 인간배아 복제에 대한 우려 등 논의가 필요한 주제가 산재해 있다. 국익이라는 경제적 논리와 과학기술의 발전, 생명과 인간개별 가치의 충돌 지점이 발생한다.

생명공학 기술에서의 연구윤리 기준의 체계화와 실천을 위한 노력, 대중적 이해를 높이는 생명윤리 교육의 확산을 위한 언론의 역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유경희/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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