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위협과 진짜 위협

2014.04.07 21:05
정욱식 | 평화네트워크 대표

파주와 백령도, 그리고 삼척에서 북한이 침투시킨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기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주요 언론은 이를 연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국민들의 공포심을 자극하려고 한다. 반면 일각에서는 ‘장난감’ 수준에 불과한 것을 두고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것이 아니냐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온다. 여기에 국방부의 설명마저 오락가락하면서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시론]가짜 위협과 진짜 위협

북한이 무인기를 침투시킨 것이 사실이라면, 엄중 항의하고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 그러나 중요한 뉴스거리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이 문제가 연일 언론에 대서특필될 정도로 가치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상당수 언론은 마치 대한민국 안보에 엄청난 구멍이 뚫리기라도 한 것처럼 침소봉대하고 있다. 이는 국가안보를 위해서라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우선 이번 무인기 논란은 북한의 강함보다는 약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첨단 감시·정찰 장비를 보유한 한·미동맹에 비해, 북한의 정찰 능력은 장님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에 찍힌 사진들의 해상도도 구글어스보다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 않은가.

또한 북한이 무인기에 폭탄이나 생화화무기를 장착해 남한을 공격할 수 있다는 주장은 거의 현실성이 없는 얘기다. 무기를 장착하려면 기체가 커지고 그렇게 되면 한·미연합군의 감시와 방공 능력을 뚫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반면 레이더망을 피하기 위해 소형 무인기를 보내면 무장력은 반감될 수밖에 없고, 1~2㎏의 폭탄으로는 수류탄의 폭발력조차 발휘하기 어렵다. 참고로 탄도미사일에 장착되는 폭탄의 무게는 500㎏에서 1t에 달한다. 상식적으로 볼 때, 북한으로서는 ‘공격용’ 무인기의 매력을 느낄 이유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무인기라는 유령의 위협에 치중하다가 실제 위협 대응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점에 있다. 현재 우리 안보의 최대 숙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있다. 세 차례에 걸친 핵실험과 수시로 이뤄지고 있는 미사일 시험발사를 고려할 때, 북한이 이미 핵탄두를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거나 그 문턱에 도달했다고 가정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북한 스스로도 최근 로켓 시험발사 목적이 핵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더해 북한이 수년 내에 신형 방사포에 핵폭탄을 장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미 양국은 팔짱만 끼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대화와 협상 재개를 위해 쓰여야 할 외교적 노력이 북한을 고립·압박·제재하려는 데에 소진되고 있다. 또한 한·미동맹은 ‘맞춤형 억제’라는 이름 하에 군비 증강에 몰두하고 있다. 이러한 외교적·군사적 대응은 북한의 반발을 야기하면서 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을 더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안타깝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있다. 이번에 발견된 소형 무인기는 탐지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국방부가 저고도 레이더 도입을 서두를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북한이 이를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것도 아니다. 비용 대비 효과를 볼 때, 이러한 형태의 군비경쟁에서 불리한 쪽은 남한이다. 이에 따라 군사적 대응 못지않게 군사적 신뢰 구축 및 군비통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일부 언론이나 군과 정보 당국 입장에서는 북한 무인기 논란을 증폭시켜 상업적, 정치적 잇속을 채울 수 있다고 여길 수 있다. 북한이라는 ‘주적’과 무인기라는 ‘새로움’의 조합은 이를 위한 좋은 소재이기도 하다. 그러나 새로운 기계가 곧 심각한 위협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직면한 진짜 위협은 이미 익숙한 문제로부터 오고 있다. 20년째 그 뿌리를 뽑아내지 못하고 있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바로 그것이다. 새로움에 취해 익숙함에 둔감해지는 것이야말로 우리 안보의 최대 허점이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