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보람을 포기하지 않게 약속을 지켜야

2015.01.19 20:34 입력 2015.01.19 20:41 수정
김경집 | 인문학자·전 가톨릭대 교수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건 아니건 누구나 공감하고 공분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아이들에 관한 것이다. 인천 어린이집 어린이 폭행사건은 모든 시민을 격분하게 만들었다.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참담하고 경악스럽고 부끄럽다. 양파 껍질 벗기듯 계속해서 이어지는 비리와 폭력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 낳아서 잘 기르는 것이 애국하는 일이라고 떠들 수 있을까? 그리고 사랑의 온실이 아니라 폭행의 사각지대라는 것에 경악하기만 할 일일까?

[시론]꿈과 보람을 포기하지 않게 약속을 지켜야

진단이 그릇되면 처방도 제대로 내리지 못하고 당연히 옳은 치료도 불가능하다. 최근 병영에서 일어난 사고들에 대해 군대문화의 후진성과 인성교육의 부재 운운한 진단 이후 내려진 국방부의 대안이 이병과 병장을 폐지하고 용사와 전사로 호칭하겠다는 것이었다. 얼마나 황당하고 웃기는 일인가. 계급 간의 갈등은 늘 있어왔다. 물론 인성교육이 제대로 안된 것도 맞다.

그러나 진짜 원인은 그게 아니다. 청년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없기에 좌절하고 절망해서 삶을 포기하고 자제력을 상실하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젊은이들이 희망과 꿈을 가질 수 있는 현실을 만들어주면 문제의 절반, 아니 그 이상이 해결된다.

이 문제는 이번의 어린이집 폭행사건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폭력을 휘두른 교사를 옹호하는 게 아니다. 그는 큰 잘못을 저질렀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씻기 어려운 상처를 줬다는 점에서 그는 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 아무 자기보호 능력도 없는 아이들 아닌가! 그리고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자들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그 교사에게만 모든 책임을 덮어씌우려 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런 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불행히도. 지금의 구조로는 그렇다는 말이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함께 생활하는 꿈을 가진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만족할 보수를 받으면 바랄 나위 없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미 보육교사의 삶이 힘들고 보수도 낮다는 건 주지의 일이다. 더 큰 문제는 취업난과 육아난이 맞물린 현실이다. 급여가 낮아도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싶은 꿈을 실현한다는 보람에 버티고 견딘 교사들의 현실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취업난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박봉의 일도 마다하지 않고, 본인의 꿈과 무관하게, 남발된 자격증을 쉽게 얻어 ‘취직’한 이들에게 사랑과 봉사만 강조하는 건 공정한 일이 아니다. 그들이라고 처음부터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못되게 굴었을까?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보육교사들이 월 120만원 정도의 박봉을 받으면서 매일 12시간 넘게 20명 안팎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현실은 그들로 하여금 꿈도 보람도 지웠을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일로 전환하는 것도 쉽지 않다. 가뜩이나 취업난에 경력단절이 일상사인데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다.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직장은 지옥이고 아이들은 때론 악마처럼 여겨질 것이다.

분명한 매뉴얼과 법규도 현실화되어야 할 것이다. 아이들을 맡겨두고 직장에 나가야 하는 부모의 심정은 얼마나 조바심 나고 아이에게 미안할까?

부모 마음은 다 똑같다. 그러나 주어진 범위와 규범 안에서 교육하고 돌봐야 하는 점도 이젠 서로 인정해야 한다. 부모나 교사나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다. 국가와 사회가 아이들 교육에 대한 비용을 기꺼이 지불할 수 있어야 한다.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열악한 보육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선거 때 약속한 보육 공약을 제대로만 실천했어도 이 지경이 되지는 않을 수 있었다는 반성부터 따라야 한다. 자신은 약속을 내팽개치면서 이 사태를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흥분하고 단호하게 처리하라고 명령하는 건 자기모순이다.

제발 아이들이라도 제대로 키우는 일부터 마련해야 우리의 미래가 보장된다. 내 아이 네 아이 가릴 때가 아니다. 우리 모두의 아이들이다. 어린이집과 교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 의식부터 고치는 것이 해법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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