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감시가 능사일까

2015.01.18 20:43 입력 2015.01.18 20:47 수정
정재훈 | 서울여대 교수·사회복지학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동영상은 우리 모두를 놀라게 했다. 집권당 대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최대 충격’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그러나 무엇이 충격인가? 4·16 세월호 참사 직후 국가개조론까지 우리 모두 한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는 단순 교통사고로 폄하되었고 근본적 대책 논의는 ‘세월호 피로증, 보상만 바라는 유가족’이라는 망언 속에서 실종되어갔다. 참사가 준 국가개혁을 위한 교훈은 사라지고 유병언 일가와 선장·선원의 부도덕, 유가족 보상만 부각되는 상황이 ‘세월호 참사 이후 최대 충격’이다.

[시론]어린이집, 감시가 능사일까

이와 동일하게 어린이집 아동학대가 주는 충격은 폭증한 사회적 불신과 충격을 이용하여 일부 일탈적 개인 처벌과 CCTV로 상징되는 감시사회로 가는 길만 보인다는 점이다. 아동학대는 일부 교사와 원장 개인의 일탈 때문에 생겨났고 따라서 감시와 처벌, 교육을 강화하는 대책이 부각되는 상황이다. 보육서비스의 근본적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근본적 개혁 요구는 피곤하고 당장 표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와 어린이집 아동학대 문제가 이런 의미에서 닮은꼴이다.

2010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대책’과 이번에 나온 대책을 비교해 보자. 이번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 직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대책 명은 ‘어린이집 아동폭력 근절대책 추진’이다. 5년의 시간을 두고 제목에서 ‘학대’가 ‘폭력’으로만 바뀌었다. 2010년 대책을 보면 아동 학대자와 해당 어린이집 원장 영구 퇴출, 보육교사 양성 기준 강화, 종사자 인식 개선 및 교육 등 내용이 있다. 원장은 사전 직무교육과 함께 아동인권특별교육을 받고 아동인권 보호서약도 해야 한다. 이번 2015년 대책에도 어린이집 폐쇄, 영구 퇴출이 있다. 보육교사 양성 기준 강화도 있다. 물론 세부 내용은 보완된 것이 있다. 오프라인 중심의 자격 취득 전환, 사이버·학점은행제 과정 보육교사 현장실습 강화 등이다. 그러나 보육교사와 원장 대상 처벌과 교육 강화는 여전히 반복되는 흐름이다. 더 나아가 2010년 대책에서 CCTV 설치는 권장 사항이었는데, 이제는 의무가 되었다.

처벌과 감시가 능사가 아니다. 처벌을 강화한 2010년 대책 이후 어린이집, 유치원, 아동복지시설 종사자의 아동학대 범죄는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증가했다. 학대와 폭력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져서 신고건수가 많아진 탓도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감시와 처벌 강화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미래를 짊어질 아동 대상 사회서비스 분야에서는 말이다.

보육은 전형적인 사회서비스다. 그래서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 자격증 조건 강화, 시설 수준 향상, 평가인증 항목 세분화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때 서비스 제공자와 수급자 간 상호작용이 매우 중요하다. 이 상호작용을 CCTV로 감시한다면 보육교사는 뒤통수의 카메라를 의식하면서 아이에게 반복적·형식적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아이와 나와의 교감, 내 눈빛과 손짓·표정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아이의 모습, 아빠·엄마만의 아이가 아니라 사회의 아이를 돌본다는 자부심 등은 사라져 갈 것이다.

이것이 처벌과 CCTV의 사회복지학이다.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왜 그리고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처벌과 감시가 능사가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집 운영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열악한 근무조건에 시달리는 보육교사의 현실이 우리 아이들의 겁에 질린 표정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CCTV를 의식하는 보육교사의 무표정한 서비스가 더해지면 수십 년 뒤 우리 사회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게 될까? CCTV의 사회복지학은 부모에게 일시적 위안을, 정치인에게 당장의 표를 가져다줄 수 있다. 그러나 지속가능사회가 필요로 하는 맑은 웃음의 미래세대는 사라져갈 것이다. 보육시설의 국공립화와 보육교사 근무 조건 개선이라는 근본적 해결책이 이미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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