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논란과 ‘증세의 필요성’

2015.01.22 20:35 입력 2015.01.22 20:52 수정
장상환 | 경상대 교수·경제학

작년에 세법을 개정한 이후 처음 맞이한 연말정산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근로자들은 연말정산으로 되돌려 받을 환급금이 적어졌다고 아우성이다. 정부는 증세가 아니고 소득공제가 상위계층에게 유리하고 하위계층에게 불리했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은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조세지출예산서에서는 2014년분 소득세 환급 규모가 9조8700억원으로 2013년분보다 8761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분명한 증세다. 그런데도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라는 박근혜 정부 국정방침을 고집해 증세가 아니라고 우겨왔다.

[시론]연말정산 논란과 ‘증세의 필요성’

반발이 거세자 기획재정부가 개선책을 내놓았다. 출산·유아·다자녀 공제를 다시 도입하고 연금저축 공제율을 12%에서 15%로 상향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새누리당과 기획재정부는 4월 세법개정을 통하여 개선안을 2014년분에도 소급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세법개정에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한 것은 올바른 방향이다. 소득공제는 같은 소득공제액에 대해 저소득층은 6%의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 고소득층은 38%의 높은 세율을 적용하므로 고소득층이 더 많은 혜택을 입어 소득재분배기능이 약하다. 그러나 정부가 안이하게 대응한 것이 납세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사회보장 지출 수요는 높아지는데 세수는 그만큼 늘어나지 않아 재정적자가 커지고 있다.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오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취업, 집 마련 포기) 문제를 푸는 데 있다. 보육교사의 아동폭행 등 민간 어린이집 보육서비스 문제가 드러났다. 민간 어린이집을 국공립으로 전환하는 개선책을 추진하는 데는 수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연금제도가 취약한 탓에 도입한 기초연금 급여에도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다. 정부는 생애주기별로 필요한 사회보장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2011년 정부예산 중 사회보호 지출은 국내총생산의 3.9%에 불과하여 유럽 선진국의 15~25%는 말할 것도 없고 터키의 11.9%보다도 낮다.

빈약한 정부의 사회보장 때문에 보육과 노인 요양 등을 민간시설에 의존하고 여기에 지출한 비용을 세금공제해 주다 보니 다시 세수가 부족하여 공공사회복지시설을 확충하기 어려운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한다. 2013년 현재 총조세 수입은 국민총생산 대비 24.3%에 불과하다. OECD 평균 34.1%의 3분의 2 정도이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여당은 사회보장 확충을 위해 증세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고백해야 한다.

어떤 세목을 어느 정도 증세할지 정부, 여야, 국민대표 등이 머리를 맞대고 정책을 다듬어야 한다. 증세의 방향은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많이 물리는 것이다. 국민총생산 대비 소득세의 비중은 2013년 현재 7.1%에 불과하고 OECD 평균 11.6%에 훨씬 못 미친다. 개인소득세 비율은 3.4%로 OECD 평균 8.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갖가지 공제로 인해 근로소득세의 실효세율(소득 대비 실제 세금을 내는 비율)이 총급여 대비 4.2%가량으로 낮은데 세액공제를 점차로 줄여 실효세율을 올려야 할 것이다. 또한 금융소득, 임대료 등 모든 소득을 합계하여 세금을 징수하고 고소득 자영업자의 소득 탈루를 막아내야 한다. 법인세도 감면을 축소해 낮아진 실효세율을 높여야 할 것이다.

고용주가 부담하는 사회보장기여금 비중도 높여야 한다. 2012년 현재 국민총생산 대비 사회보장기여금 비율은 6.1%로 OECD 평균 9.0%에 비해 크게 낮다. 노동자 부담 사회보장기여금은 GDP의 3.4%로 OECD 평균 3.9%와 별로 차이가 없는 반면 고용주 부담 사회보장기여금은 2.7%로 OECD 평균 5.1%에 비해 크게 낮다. OECD에 따르면 2013년 한국의 실질 세부담, 즉 기업이 노동자를 고용해 부담하는 노동비용과 노동자가 실제 받는 임금의 차이는 자녀 없는 1인 가구 기준으로 21.4%로 OECD 평균 35.9%의 약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복지국가 확립은 시대적 과제다. 정부는 거둔 세금을 4대강 사업이나 해외자원개발 등으로 낭비할 것이 아니라 사회보장 확충에 집중함으로써 국민들이 흔쾌히 증세에 응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여야는 국민들의 뜻을 받들어 정부의 정책 방향을 잡아나가야 한다.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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