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박자 대북정책… 정부, 탈북자단체에 휘둘려

2015.01.22 20:37 입력 2015.01.22 20:52 수정
김경수 | 국제갈등·분쟁연구소 대표

작년 10월 연천지역에서 고사포 포격사태까지 빚은 말썽 많은 대북 전단(삐라) 살포와 관련, 정부는 그동안 국민 기본권의 하나인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방관적 자세를 취해왔다.

[시론]엇박자 대북정책… 정부, 탈북자단체에 휘둘려

그러나 최근 법원과 국회 외통위 등에서조차 비판적 판결과 결의안을 내놓자 마지못해 입장을 바꾸었다.

통일부 관계자가 지난 15일 대북 전단 살포를 주도해 온 탈북자인권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를 만나 “전단 살포를 자제해 달라”는 입장을 공식 전달한 것이다.

국민의 70%에 가까운 다수가 대북 삐라 살포를 반대(KBS 여론조사)하고 여당 내 일부 의원들조차 비판적인 데다 사법부와 입법부에서도 반대하니 행정부가 더 이상 나 몰라라 하는 입장을 취할 수 없었다고 보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통일부의 통보를 받은 지 나흘 만에 이 단체는 경기도 파주지역에서 대북 전단 10만장을 다시 살포했다. 이번엔 정부 관계자의 ‘자제 권고’를 무시한 것도 모자라 “북한 당국이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으면 김정은의 암살을 다룬 영화 <인터뷰>의 DVD를 평양에 (무인기를 통해) 대량 살포하겠다”고 경고하는 등 마치 정부의 대북정책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식의 황당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이는 지난 19일 통일부가 박근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올해를 ‘한반도의 통일시대를 개막하는 해’로 정하고 관련법 제정 및 한반도 종단 철도 시범운행 등 각종 사업을 추진해 나가기로 한 것에 비추어 남북화해 분위기 조성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다. 또한 ‘북이 대화에 호응할 여건을 마련하라’는 박 대통령의 업무 지시에도 반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면 왜 이런 비정상적, 비상식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여기에는 주무부서인 통일부는 물론 청와대, 국정원 등 관련 부서의 그릇된 상황판단이나 인식이 작용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우선 통일부가 말해 온 기본권만 해도 그렇다. 헌법상 이익형량의 원칙에 따라 국민의 기본권에도 위계가 있다. 즉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국가와 정부의 최우선적 보호가치로 ‘상위기본권’이고, ‘표현의 자유’는 하위기본권에 해당한다.

우리 헌법이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제3조)고 되어 있기는 하지만 엄밀히 말해 국제법상 북한은 별개의 나라이다. 1991년 9월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했는데 유엔은 독립된 주권국가만이 가입자격이 있다.

따라서 법적으로 얘기한다면 남의 나라 인권보호 운동을 하는 와중에 자기 국민의 기본적 인권인 생명과 재산권이 침해받아도 괜찮다는 논리와 다를 바 없다. 널리 알려진 대로 북한은 ‘긴장을 먹고사는 집단’이다. 북한이 그토록 신성시하는 김정은 ‘최고 존엄’을 훼손하는 삐라를 살포해서 남북관계를 극도의 긴장 속으로 몰아넣는 것이 과연 이 시기에 온당한 일인지를 먼저 생각했어야 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의 국제안보 정세가 100여년 전의 유럽과 유사하게 지역 열강들의 세력 투사의 장으로 변모해 간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북·중, 북·일, 일·러, 일·중, 한·일, 남·북관계가 모두 복합적으로 꼬여 있는 상황) 동북아의 화약고 한반도가 다시 한번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면 우리 세대는 한민족 후대에 천추의 한을 남기는 일이 될 것이다.

올해 2015년은 남북분단 70년, 광복 70주년의 정치사적으로 의미심장한 해인데 연초부터 대북 전단 살포문제로 남북관계마저도 대치국면이 가중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요컨대 남북은 어떠한 형태로든 해빙의 물꼬를 터야 할 때이다. 위정자들의 진지한 성찰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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