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적 성장이 답이다

2015.01.23 20:54 입력 2015.01.23 21:05 수정
이현훈 | 강원대 교수·경제무역학

인간의 몸과 경제는 비슷한 점이 많다. 인체가 수백만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듯이 경제도 수많은 경제단위로 구성되어 있다. 심장에서 생산된 혈액은 세포들을 돌면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교환하는 역할을 한다. 경제도 마찬가지로 중앙은행에서 발행한 돈이 경제단위 간의 생산·교환 활동을 원활하게 한다. 인체의 세포는 일부가 매일 죽고 또 새로 태어나면서 건강을 유지하게 한다. 마찬가지로 경제단위도 매일 죽고 태어난다. 그런데 기업과 소비자의 ‘건전한’ 퇴출과 새로운 시장 진입이 원활하지 않으면 고인 물이 썩듯이 경제도 점점 활력을 잃게 된다.

[시론]포용적 성장이 답이다

우리나라의 인구 고령화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 중이다. 유엔의 인구전망에 따르면 2050년에 이르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고령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된다. 인구 고령화는 무엇보다 평균수명의 증가와 함께 낮은 출생률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와 기업으로 대표되는 경제단위가 급속히 늙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할 수 있는 세포는 적어지고 부양해야 하는 세포는 많아지기 때문에 경제라는 신체가 힘을 잃고 결국에는 누워 지내는 신세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경제의 동력을 잃는 것뿐만 아니라 세대 간, 계층 간, 지역 간 소득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정부는 경제성장의 촉진이 소득 불균형의 개선도 가져올 것이라는 입장인데 지난 몇 년 동안 경제성장 위주의 정책을 썼음에도 소득분배라는 토끼를 못 잡았을 뿐만 아니라 경제성장이라는 토끼도 잡지 못했다. 현 정부는 창조적 경제를 기치로 내걸었지만 창조적 사고와는 거리가 먼 정책들만 내세우고 있다. 부동산 경기 부양 등을 통한 내수 진작은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의 폭발 위험만 키울 가능성이 높고, 규제는 없을수록 좋다는 식의 ‘규제 혁파’는 재벌기업들로의 경제력 집중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비롯해 점차 많은 학자들이 소득격차의 확대가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다. 이달 초 개최된 미국 경제학자대회에서도 기존의 신자유주의식 경제성장 전략은 한계에 이르렀다는 주장이 주조를 이루었다.

창조적 사고가 필요하다. 잠재적 경제성장률도 높이면서 소득격차를 줄일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최경환 장관의 경제정책이 어느 대학 게시판에서 F학점을 받았다고 하는데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 전략이 정답이다.

포용적 성장은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기구에서 적극 제안해온 것으로 핵심은 ‘기회의 형평성을 높이는 전략’을 추구하는 것이다. 지방에서 그리고 가난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도 예전처럼 ‘개천에서 난 용’이 될 수 있도록 기회균등의 교육정책을 펼쳐야 한다. 여성도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도 남성에게 뒤처지지 않는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육아환경과 노동환경을 바꿔야 한다. 그리고 고령화되는 경제주체들이 경제활동에 보다 오래 참여할 수 있도록 노동환경과 연금체계를 바꿔야 한다. 절대빈곤층과 장애우들의 보건의료 혜택을 늘려 이들도 경제성장의 과정에 참여하고 그 과실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포용적 성장전략은 인적자원의 질적 수준과 활용도를 높임으로써 경제활성화라는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동시에 경제주체로서 소외계층의 경제활동을 확대함으로써 소득과 부의 분배 정상화라는 토끼를 잡을 수 있다. 70년 전 광복으로 새로운 생명을 얻은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도 사례를 찾기 어려운 급속한 성장으로 온갖 찬사를 받았다. 그런데 정상을 밟아보기도 전에 하산길에 들어서는 형국이다. 이제 모든 세포가 조화를 이루며 상생하는 새로운 틀을 짜자. 2015년 을미년이 포용적 성장의 원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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