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메르스 = 국가실종

2015.06.14 20:42 입력 2015.06.14 20:45 수정
오세일 |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

[시론]세월호+메르스 = 국가실종

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아직 아물지 않고 그 진상 규명마저도 진척되지 않은 이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과 공포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과연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하는 ‘국가는 무엇을 했는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엄중히 문책하지 않을 수 없다.

세월호 참사에 국민이 분노하는 이유는, 해경이 출동하고도 죽어가는 국민을 구하지 못하고 민간기업에 그 책임을 미룸으로써, 국가가 국민 안전에 대한 책임을 방기했기 때문이다. 민간기업의 사적 역할 뒤로 국가가 숨어버렸기 때문에, 국민의 안전은 위험에 처했고 국가는 실종됐던 것이다.

그런데 메르스의 확산이 전 국민에게 위험이 되고 세계에 조롱거리가 되는 이유 역시 근본적으로 정부에 있다. 무능한 정부는 초기 대응에 실패했고, 개별 병원에 책임을 전가했다. ‘개인정보 보호’를 명분으로 공익과 전체 국민의 안전을 외면하는 동안 메르스는 급격히 확산되고 말았다.

왜 국가는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메르스 확산을 방지하지 못했는가?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지속적인 면담요청을 묵살했으며, 1주기를 맞은 유가족들과 시민들에게 물대포와 캡사이신을 쏘아댔다. 국민의 안전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를 진지하게 성찰하지도, 배우지도 못했다. 그 대신 TV 앞에서 눈물을 보이며 ‘이미지 정치’로 국민들의 환심을 얻기에 급급했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역설하지만, 경제의 본바탕은 상품교환이 이뤄지는 시장에 달려 있지 않다. 경제란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줄임말로 ‘나라를 운영하면서 백성을 편안케 한다’는 뜻에서 나왔다. 영어로 경제(economics)는 ‘집(oikos)을 잘 운영한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동서양 모두 경제는 내 집, 내 국민을 편안케 하는 ‘살림’을 강조한다.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승객들을 살리지 못하고 메르스의 확산으로 국민에게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운 것은 우연이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는 ‘살림’정신은 찾을 수 없고, ‘상품 개발과 시장 개척’만이 경제의 전부인 양 ‘겉멋에 빠진 속 빈’ 행태로 작금의 국가 실종 사태를 낳았다.

공자는 ‘정치는 바로 다스리는 것(政子正也)’이라고 했다. 그런데 공(公)보다 사(私)를 먼저 고려하는 국가가 ‘바른 길’에 들어설 수 있을까? 관변 언론들을 통해 현실을 왜곡하고 국민들의 비판을 탄압하고자 한다면, 그런 국가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 봉건주의, 전제 국가일 따름이다.

박근혜 정부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서 시작해서 세월호 참사, 성완종 대선자금 의혹, 메르스 확산 등 의혹과 불신으로 점철된 가운데 국민들에게 끊임없이 고통과 눈물을 안겨줘 왔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통령은 왕의 자리가 아니라, 공적인 ‘종’(civil servant)으로서 국민을 섬기는 자리다. 국민을 섬길 줄 모르는 정부를 마냥 지지해주지 않는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국가는 특정 통치권자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사사로운 수단에 복속해서는 안된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을 섬기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돌보며, 공과 사를 구분해 제대로 ‘나라 살림’을 해야 하는 데 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