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 핵연료의 안전 관리

2015.06.15 20:44 입력 2015.06.15 22:53 수정
강정민 | 카이스트(KAIST) 초빙교수

[시론]사용후 핵연료의 안전 관리

원자력발전소에서 타고 나온 부산물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의 저장용량 부족 문제가 국내 원자력 발전의 목을 조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이 지난 11일 발표됐다.

사용후 핵연료는 그 속에 담겨있는 독성 방사성 물질인 플루토늄 등 초우라늄 원소들과 핵분열 생성물이 바깥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또 재처리나 심지층 처분 전까지 적어도 40~50년 이상 지상에서 안전하게 저장돼야 한다.

흔히 일반인은 기존의 한·미 원자력협정에 의해 금지되어온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국내에서 수행하면 사용후 핵연료의 저장용량 부족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및 중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100% 포집하여 사용후 핵연료처럼 안전하게 장기간 저장한 후 심지층 처분되어야 한다. 따라서 사용후 핵연료의 중간저장은 반드시 필요하다. 결국 단·중기 관리상 남은 문제는 중간저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로 귀결된다.

사용후 핵연료의 중간저장은 저장방식에 따라 습식저장과 건식저장 그리고 저장부지에 따라 소내 저장과 소외 저장으로 일반적으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습식저장은 약 10m 전후 깊이의 수조에 펌프를 이용하여 수온을 섭씨 20~40도 정도로 유지하도록 강제 냉각시키면서 사용후 핵연료를 저장하는 방식이다. 건식저장은 자연냉각을 통해 사용후 핵연료에서 발생하는 붕괴 열을 제거한다. 사용후 핵연료를 금속캐스크 또는 콘크리트 사일로 등 금속 및 콘크리트 등으로 구성된 구조물 속에 저장하는 방식이다.

습식저장에 비해 건식저장은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지진, 쓰나미 등의 자연재해 또는 사보타주, 테러 등 인재에 의해 냉각시스템이 손상되거나 냉각수가 손실될 우려가 없다. 따라서 그 속에 든 사용후 핵연료의 물리적 손상 가능성도 낮다. 사용후 핵연료의 안전관리에 대한 우려 때문에 건식저장이 세계적으로 더욱 관심을 받는 이유이다.

사용후 핵연료의 중간저장 시설을 기존의 원전부지 내에 두는 소내 저장은 사용후 핵연료 안전관리 우려에 대한 주변 지역주민의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만 건식저장 시설을 갖출 경우 기존의 저장조 습식저장보다 훨씬 안전하다는 것을 지역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릴 수만 있다면 지역사회의 무조건적인 반대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사용후 핵연료를 제3의 부지에 집중 저장하는 소외 저장을 위해서는 먼저 부지를 확보해야 한다. 지난 30년 가까이 국내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저장 부지확보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잘 보여준다. 사용후 핵연료 중간저장 독립부지를 어떻게든 확보한다고 해도 사용후 핵연료를 수송하는 것도 쉽지 않다.

사용후 핵연료를 수송하려면 이를 담을 수 있는 특수 용기가 필요하다. 국내의 경우 수송 용기의 무게 때문에 육로 수송은 불가능하므로 해상 수송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한 특수선박, 사용후 핵연료의 선적과 하역을 위한 전용 항만시설이 필요하다.

또한 사용후 핵연료 수송선박은 연간 수회에 걸쳐 근해 양식장의 피해 방지를 위해 먼바다를 돌아서 가야 할 것이다. 더욱이 미래에 사용후 핵연료 최종 처분장이 선정되면 사용후 핵연료 중간저장 독립부지에서 다시 그쪽으로 사용후 핵연료를 수송해야 한다.

사용후 핵연료의 안전관리를 위해 어떤 방식의 중간저장이 수용될 것인지는 원전 지역주민들과 국민의 뜻에 달려 있다. 중간저장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합의가 필요한 이유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과 해당 지역 주민들이 사용후 핵연료 중간저장 문제에 대해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정부와 전문기관이 정확한 관련 지식을 전달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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