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인재, 다이내믹 경제

2017.05.29 20:45 입력 2017.05.29 20:49 수정
최동술 | 일본 소비자사회경제연구소 대표

한국 경제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성장을 거듭해왔다. 미국의 동북아시아 전략과 맞물려 1960년대 이래 수출중심의 경제정책이 이 같은 성장을 가능하게 했다. 기적 같은 성장은 해외시장을 통해 가능할 수 있었다. 그 결과 경제구조는 수출 의존도가 50%를 넘을 정도로 강한 수출의존적 성격을 갖게 되었다.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 등도 대부분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이제 수출 없이 경제는 존립할 수 없다.

[시론]다양한 인재, 다이내믹 경제

수출이 어려워지면 경제는 바로 심각해진다. 세계는 자국의 시장을 타국의 기업에 간단히 내주지 않는다. 시장 개척에는 높은 국가의 벽이 존재한다. 여전히 세계는 자유무역과는 거리가 멀다.

세계 무역은 ‘기브 앤드 테이크’가 기본이다. 국가 간이나 경제권의 무역교섭에서는 대표들이 자국에 유리한 조건으로 협정을 체결하려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곤 한다.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해외 시장은 열어야, 열어주는 곳이다.

그리고 또 하나 한국 경제구조의 성격은 기술수준의 샌드위치 상태이다. 한국은 지리적으로도 일본과 중국 사이에 있지만, 그 경제와 기술수준도 마찬가지로 그 사이에 끼어 있는 상황이다. 일본에 앞선 부분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쫓기고 쫓는 상황이다. 문제는 쫓기는 담보다 쫓는 담이 더 높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많은 부품과 소재를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연구·개발 분야에서는 많은 국가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전히 핵심 기술은 소수의 몇몇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 한국 경제는 세계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없고 로열티 식민지가 되기 십상이다. 소수 선진국이 기술을 독점하고 있는 것은 연구·개발 인재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성장의 열쇠는 해외 시장과 우수 인재의 확보이다. 우수한 연구·개발 인재와 경영 인재가 필요하다. 연구·개발 인재는 기술수준의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경영인재는 해외시장의 개척자가 될 것이다. 연구·개발 인재에만 관심이 집중되곤 하지만, 그 인재 이상으로 경영인재가 얼마나 중요한가는 최근 일본의 사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기술은 최고 수준임에도, 경영에서 실패한 사례는 많이 있다. 최근 액정의 샤프와 반도체의 도시바가 경영실패에 따른 인수·합병(M&A)으로 다른 회사로 넘어가거나 교섭 중이다. 해외시장과 핵심기술이 성장의 열쇠이지만, 이를 개척하고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세계의 우수한 인재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의 민족주의적 성향은 지나칠 정도이다. 한국의 처지에서 이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한 성향은 세계 시장을 개척하고 해외 인재를 확보하는 데 있어서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세계적 기업인 구글, 아마존, 애플 등도 한국에서는 기를 펴지 못한다. 미국이라는 국가는 최근 자국 중심의 병에 빠져들고 있는 듯하지만, 세계의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들어 만들어진 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은 유럽에 비해 살기 좋은 나라라고 하기 어렵다. 인종차별도 여전히 커다란 사회문제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불꽃은 좀처럼 꺼질 줄 모른다. 젊은이들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성공을 꿈꾸면서 미국을 향하고 있다. 많은 경영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정책에 명확히 반대를 표명하고 있다. 이민이야말로 미국의 원동력이라는 것을 바로 그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성이야말로 다이내믹한 경제상황을 만들어낸다. 다양한 인재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게 마련이다. 같은 문화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아이디어 또한 그 틀을 벗어나기 힘들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로 세계에 도전할 때만이 성공할 수 있다.

자금 지원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예산은 한정되어 있기에 제도를 만들거나 개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국가, 인종, 종교에 관계없이 인재를 불러들이는 교육체계와 우수한 해외 인재의 연구·개발과 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를 하루빨리 정비하여 코리안드림의 토양을 배양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 당장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외국 인재에 대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문호를 개방하는 것이야말로 지속적인 성장의 원동력이다.

해외 인재를 확보하는 것은 성장을 위해서이고, 그 성장은 지상과제인 복지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최악 상태인 노인 빈곤율과 청년 실업을 극복해야만 한다.

물론 성장한다고 해서 바로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성장은 이를 위한 바탕을 제공해줄 뿐이다. 삶의 질로 이어지도록 하는 힘은 모든 사회 구성원들의 지혜와 관용이다. 지금 이대로라면 경제는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주저앉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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