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옴부즈만]민노총 파병반대는 당연

2004.07.01 19:18

6월29일과 30일 사회면에 ‘민노총-정부 파병갈등’ 기사가 실렸다. 민노총이 임단협 협상에서 이라크 파병 전면 재검토를 제시했는데, 정부는 정치파업으로 규정하고 강경대응하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언뜻 민노총이 이라크 파병철회를 내세워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것처럼 비쳐질지 모른다.

하지만 민노총의 ‘민주’라는 말을 곱씹어보면 그들의 행보는 당연하다. 노동운동은 역사적으로 항상 정치적 목적을 가져왔다. 1980년대 노동운동은 임금이나 처우개선뿐만 아니라 군부타도나 노동자의 권리회복 같은 정치적 슬로건이 함께 했다. 이후 노동운동은 반체제적인 학생운동 세력과 연계하고 87년 6월항쟁을 거치며 시민세력의 성장을 이끌었다.

지금 정부에서 정치파업 운운하며 노동운동 세력을 억압하는 것은 90년대 이후 궤도에 오른 민주화 열기에 경기침체와 세계화가 겹쳐 노동운동이 급격히 위축된 결과이다. 게다가 노동운동에 대한 갖은 제약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노동운동세력이 점차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 하고 있다. 이에 재계와 정부, 보수세력들은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따라서 일단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운운하며 ‘채찍’을 들었다. 추후 경제적 실익을 ‘당근’으로 제시하며 파업의 정치성을 희석시키려 할 것은 불보듯 뻔하다.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 레몽 아롱은 “프티 부르주아가 돼버린 노동자들은 더이상 이데올로기적 관심을 잃어버린다”고 했다. 우리나라도 민주주의를 수호하며 국가적인 이익에 관심을 갖는 노동세력은 사라져가고 있다. 그런데 이번엔 민노총이 단호한 결의를 한듯 보인다. ‘악법은 어겨서라도 깨뜨린다’는 신념으로 계속해서 진보의 목소리를 낼지, 아니면 정부의 ‘당근’에 넘어갈지 지켜볼 일이다.

〈전상규/bangdoll9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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