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한국 수교 110주년, 함께해요

2012.02.27 21:43
김병호 | 주덴마크대사

우리는 북유럽의 덴마크를 농업과 낙농의 나라로 알고 있다. ‘인어공주’같이 주옥같은 동화의 작가 안데르센 외에 농업개혁가 달가스가 우리에게 친숙하다. 레고의 나라로 알려진 것 말고 덴마크는 잘 드러나지 않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인슐린, 고효율 펌프, 풍력발전, 보청기, 뱅앤올룹슨(bang&olufsen) 등이 그것이며 높은 국민소득과 높은 행복지수를 자랑한다. 또 재생에너지 활용과 북유럽 특유의 복지는 부러움을 산다.

유럽의 소국, 동화 같은 덴마크도 알고 보면 한때 유럽을 휘젓던 바이킹의 무대였다. 한때 북유럽을 아울렀고 덴마크 왕국은 셰익스피어의 ‘햄릿’의 무대이기도 하다. 근세에 들어 스웨덴,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 영토를 잃고 그 침체를 내적 활력으로 극복하였고 거기에 협동조합운동도 큰 몫을 했다. 당시는 농업이 주업이라 낙농국가로 알려진 배경이다.

그런 덴마크는 한때 고구려에서 보듯 이 지역을 호령했던 역사를 가진 한국과 21세기를 겨냥한 미래의 새로운 협력의 장을 열고 있다. 한·덴마크 전략적동반자관계와 녹색동맹이 그렇고, 앞으로 그린란드를 가지고 있는 덴마크와의 북극협력도 그럴 것으로 보인다.

[경향마당]덴마크·한국 수교 110주년, 함께해요

1959년에 재수교한 이래 2007년 덴마크 여왕과 2011년 우리 대통령의 국빈방문으로 최상의 상태에 있는 덴마크와 한국의 외교관계의 전사(前史)는 19세기 한 덴마크인 세관원이 조선을 찾은 것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이킹의 전통과 ‘상인의 항구’라는 뜻을 가진 수도를 가질 만큼 바다장사에 밝은 조상의 피를 가진 덴마크인이 중국 국경을 넘어 조선을 찾아들어온 것은 1889년이고 한성에서 5년이나 해관(海關) 일을 보았다.

돌아갔다가 다시 원산으로 왔고 거기서 6년이나 머물렀는데 이번에는 영국의 원산 주재 영사관원 신분이었고 농업, 축산, 임업 자문관의 역할을 했다.

그로 인해 덴마크 전신회사(Great Northern Telegraphic Company of Denmark)의 한국 진출에 가속도가 붙었고 이 회사는 부산-서울, 서울-원산 전신망 연결사업에 참여하였다.

외국으로 연계된 이 전신망 덕분에 대한제국이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면한 것이다. 달리 보면 근대화를 빌미로 조선에서의 이권쟁탈에 덴마크도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이다.

덴마크의 동아시아회사(East Asiatic Company)도 한몫을 하였다. 1897년 창립된 동아시아회사는 대한제국과 우호·통상·항해조약 체결을 끊임없이 요청하였다.

그 외교관계가 1902년 대한제국과 덴마크 왕국 사이에 맺어진 데에는 파블로프 러시아 공사가 관여하였다.

서울 정동의 러시아 공사관으로 고종이 피신한 아관파천(俄館播遷 1896년 2월~ 1897년 2월) 바로 이후였던 점에 비추어 러시아의 조선 왕실에 대한 입김을 덴마크 왕국은 적절히 이용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덴마크 왕실은 러시아 왕실과 인척관계에 있었다. 대한제국-덴마크 왕국의 우호·통상·항해조약(Treaty of Friendship, Trade and Shipping)은 1902년 7월15일 서명되었다.

덴마크는 그해 10월29일, 한국은 1903년 6월22일 각각 비준을 마치고 1903년 8월11일 한성에서 비준서가 교환되었다.

독일인 에케르트(Franz Eckert)가 작곡하여 고종황제 50세 축하연에서 연주되었던 “상제는 황제를 도우소서…”라는 대한제국 국가(國歌)도 그 외교관계 수립 행사 때 울려 퍼졌을 것이다.

한국과 덴마크 양국 첫 외교관계가 수립된 지 올해가 110년이다. 덴마크의 유럽연합(EU) 의장국의 임기가 끝나는 하반기(6월)부터 내년 여름까지 수교 110주년 기념행사가 열리게 된다.

정부, 의회 차원은 물론, 민간 외교 특히 한국전 당시 병원선에 근무했던 덴마크 의사와 간호원, 1960년대 덴마크를 찾아온 농업연수생, 한·덴마크 동반자 관계, 녹색동맹에 관련된 기관과 기업인들, 여러 제도 연구를 벤치마킹하려는 이들, 문화와 교육의 가교로 양국을 왕래하는 이들, 8000명을 훌쩍 넘는 한국계 입양인들과 그 가족, 관심 있는 모든 분들이 한·덴마크 수교 110주년의 배에 함께 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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