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제3당의 힘

2005.07.01 18:02

1954년 11월, 민의원에서 통과된 제2차 헌법개정안은 사사오입(四捨五入)이라는 희한한 산술을 동원한 변칙처리였다. 이승만 대통령의 영구집권을 위해 초대 대통령에 한해 중임제한을 철폐한다는 이 개헌안은 개헌의결수 3분의 2에 1표가 모자라 부결되었다. 그러나 이틀 뒤 민의원은 부결 선포를 번복, 개헌안의 가결을 선포했다. 재적의원 203명의 3분의 2는 136명이지만 사사오입을 하면 135명으로도 충분하다는 어느 수학자의 논리를 끌어 댄 변칙이었다.

[여적] 제3당의 힘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의 문희상 의장은 지난 5월초,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깍두기’라는 경기지방 방언을 소개했다. 그 깍두기는 김치의 한 종류가 아니라 널뛰기를 할 때 중간에 앉아 무거운 사람과 가벼운 사람이 균형을 잡을 수 있게 힘을 배분해주는 밸런서를 깍두기라고 한다는 것이다. 어려운 말로 밸런서니 뭐니 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단어로 쉽게 설명하자면 널뛰기의 균형자가 바로 깍두기인 것이다.

윤광웅 국방장관 해임 건의안이 상정된 엊그제 국회에서는 민주노동당이 깍두기 역할을 했다고 한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대치된 상황에서 제3당인 민노당이 여야의 균형자 역할을 한 것이다. 그 결과 국방장관 해임 건의안은 찬성 131표, 반대 158표로 부결되었다. 민주노동당이 집권여당의 제2중대니 뭐니 하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국방장관 해임 건의안에 캐스팅 보트를 행사한 것은 군을 개혁하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 때문이었다고 한다.

캐스팅 보트는 원래 합의체의 의결과정에서 찬성과 반대가 똑같은 표로 나왔을 때 의장이나 위원장이 행사하는 결정권을 가리키는 말이다. 영국의 하원의장은 의원으로서의 투표권은 없이 결정권만을 갖고 상원의장은 둘 중 어느 것도 갖지 않는다고 한다. 그 캐스팅 보트가 요즘은 여야가 비슷하게 맞섰을 때 제3당이 의결의 가부를 좌우할 때 쓰는 말이 되었다. 민노당은 캐스팅 보트를 행사함으로써 오랜만에 작지만 큰 ‘제3당의 힘’을 보여주었다.

〈이광훈 논설고문 khlee@kyunghyang.com〉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