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투렛증후군

2019.11.07 20:44 입력 2019.11.07 20:50 수정
김종훈 논설위원

얼마 전 발생한 ‘성북구 네 모녀 사망 사건’이 주는 경고는 ‘언제까지 복지 사각을 방치할 것인가’일 것이다. 수천만원 카드빚에 월세·건강보험료를 수개월간 내지 못했을 정도로 어려웠지만 이들은 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취약계층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다. ‘송파 세 모녀’ ‘의정부 50대 부부와 딸’ ‘시흥 30대 부부와 두 자녀’ ‘대전 40대 부부와 두 자녀’ ‘중랑구 모녀’ 등 가난 때문에 최소한의 삶조차 살 수 없어 일가족 모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은 기억에서 잊혀질 만하면 발생한다.

대법원이 7일 투렛증후군을 앓는 사람도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놓았다고 한다. 투렛증후군은 특별한 이유 없이 자신도 모르게 얼굴 등 신체 일부분을 빠르게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운동 틱’과 욕설 등 이상한 소리를 내는 ‘음성 틱’의 두 가지 증상이 모두 나타나는 질병이다. 국내에 틱 환자는 2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투렛증후군으로 사회생활을 못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정부는 지금까지 투렛증후군을 질병으로만 봤다. 정부가 방치했던 ‘복지 사각’을 사법부가 확인해준 것이다.

대법원은 특히 “특정 장애가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에 규정돼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장애인등록 신청을 거부할 수 없다”며 “최대한 법의 취지와 평등 원칙에 부합하도록 운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1항), “신체장애자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5항)는 헌법 34조의 취지를 강조한 것이다.

단순 질환자로 분류된 것은 투렛증후군 환자뿐이 아니다. 6만명이 넘는 백반증 환자, 1만명 가까운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환자들도 장애 판정을 원하고 있다. 정부는 이들에 대해 장애인복지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한다. 하루빨리 우리 사회가 이들을 도울 수 있기 바란다. 프랑스 사회학자 로베르 카스텔은 “사회보장이란 모든 사람이 사회구성원으로서 그 사회에 계속해서 속할 수 있도록 제공되는 기본 조건이다”라고 말했다. 복지 사각의 해소는 국가란 공동체의 기본적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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