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원숭이두창

2022.06.01 23:18

지난달 27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서 검역을 받기 위해 대기 중인 해외 입국자들 앞에 원숭이두창 관련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서 검역을 받기 위해 대기 중인 해외 입국자들 앞에 원숭이두창 관련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두창(痘瘡)은 천연두를 가리키는 다른 말이다. 옛날에는 ‘마마’로도 불렸다. 천연두는 인류 최초이자 최악의 전염병으로 꼽힌다. 기원전 1100년대에 살았던 고대 이집트 파라오 람세스 5세의 미라에서 물집과 발진이 발견된 것이 가장 오래된 흔적으로 여겨진다. 18세기 말 유럽에서 매년 40만명이 희생됐고, 20세기에도 전 세계에서 3억~5억명이 이 병으로 사망했다. 천연두는 1796년 영국 의학자 에드워드 제너가 종두법을 발견해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점차 퇴치됐고, 1980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지구상의 천연두 박멸을 선포하기에 이른다.

원숭이두창은 1958년에 발견됐다. 덴마크의 한 실험실 원숭이에서 천연두와 비슷한 증상이 확인돼 이런 이름이 붙었다. 사람이 감염된 사례가 1970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확인되며 인수공통감염병이 됐다. 초기 증상으로 발열·두통·근육통 등이 나타난 뒤 얼굴과 손발의 물집·발진이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그간 감염된 동물에게 물리거나 피부 접촉을 통해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진 이 병은 아프리카 중·서부 지역 풍토병으로 여겨졌다.

사람 간 감염 사례가 흔치 않고 치명률이 높지 않다고 알려진 원숭이두창이 최근 이례적으로 유럽·북미 등에서 급속히 퍼지고 있다. 지난달 7일 영국에서 첫 발병이 보고된 이후 20여일 지난 현재 영국(179명), 스페인(120명), 캐나다(26명) 등 24개국에서 555명이 확진됐다. 코로나19가 잦아들어 각국의 봉쇄가 풀리면서 다양한 사람 간의 밀접 접촉으로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WHO는 축제와 파티로 대규모 인파가 이동할 올여름 휴가철에 원숭이두창이 더 빠르게 각지로 전파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 메시지를 엊그제 냈다. 지난주까지도 대중의 감염 위험이 낮고 격리·백신 등 기존 방역수단으로 억제가 가능해 걱정할 필요 없다고 했던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그러곤 원숭이두창의 확산을 완전히 막을 수 있을지 아직 모른다고 했다. 답답하지만 대비가 먼저다. 질병관리청은 이 병을 신규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갈수록 진화하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이 끝이 없어 보인다. 전염병을 물리치는 것은 결국 사람의 행동과 생각에 달려 있음을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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