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정치인의 인증샷

2023.02.01 20:25 입력 2023.02.01 20:26 수정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가운데)이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 왼쪽은 배구 스타 김연경, 오른쪽은 가수 남진씨. 김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가운데)이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 왼쪽은 배구 스타 김연경, 오른쪽은 가수 남진씨. 김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2006년 3월 당시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던 고건 전 국무총리가 새만금 간척사업 현장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한 인사가 고 전 총리에게 다가와 알은척을 했다. 이 인사는 사진사까지 대동해 악수를 나누는 모습을 찍으려 했으나, 고 전 총리는 손사래를 쳤다. 고 전 총리 참모들에게 물으니, 이 인사는 그해 5·31 지방선거 출마 희망자였다. 자신과 악수하는 사진이 선거용으로 이용될까봐 거부한 것이다. 사진을 찍었다면 그 출마 예정자는 전북이 연고지인 대권 주자 고건이 자신을 지지한다고 선전했을 게 뻔했다.

정치인들은 유달리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 행사 때마다 사진을 찍고, 유력 정치인이나 유명인사를 만날 때는 인증샷을 남긴다. 모델처럼 우월한 기럭지를 가진 것도, 배우만큼 수려한 외모를 지닌 것도 아닌데도 그렇다. ‘내가 이렇게 일을 많이 했다’고 과시하거나, 유력인사 지지를 받고 있다고 선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성민 대통령실 정책조정기획관이 지난해 7월 방탄소년단(BTS)을 부산엑스포 홍보대사로 위촉하는 행사에서 단체사진 촬영 뒤 BTS 뷔에게 다가가 손을 들어올리며 사진을 찍은 것도 이런 경우다. 심지어 그는 방역수칙 위반 논란을 감수하고 홀로 마스크까지 벗었다. 잠깐 먹을 욕쯤은 안중에도 없었을 것이다. 언젠가 선거에 나서면 BTS와 찍은 사진을 사용하리라 지금도 생각할지 모른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김연경·남진 인증샷’ 논란에 휘말렸다. 김 의원은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에 인증샷을 올리면서 “당대표 선거에 나선 저를 응원하겠다며 귀한 시간을 내주고 꽃다발까지 준비해준 김연경 선수와 남진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썼다. 그러나 두 사람은 ‘김 의원을 모르며, 꽃다발을 준비한 적도 없다. 지인과 식사자리에서 만나 사진을 찍은 것뿐’이라고 했다. 유명인을 도구 삼은 마케팅이라는 비판이 일자, 김 의원은 1일 “표현 과정에서 다소 오해받을 소지가 있었다면 유감”이라며 물러섰다. 그럼에도 논란은 쉬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윤심 논란에 당헌 개정, 특정 후보 찍어내기 등 요지경으로 진행되는 여당 전대판이 그만큼 부정적으로 비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역대 이런 전대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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