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야채 공급하듯 증권투자 고객만족 최선”

2005.04.15 18:14

“신선한 야채 공급하듯 증권투자 고객만족 최선”

최근 한국투자증권 사외이사에 선임된 ‘총각네 야채가게’ 이영석 사장(38).

현재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에서 야채를 파는 그는 주식투자 경험이 전무한 증권업계의 문외한이다. 그래서 변호사, 교수 등 전문가 집단이 대우받는 금융회사 사외이사 영입 관행에 비춰 파격적인 인선으로 주목받기에 충분했다.

그는 “사외이사가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기구 멤버인 만큼 주변에서 우려섞인 시선을 보내는 건 저 자신이 봐도 당연하다”고 말했다. 또 “인선과정에서 동원의 한투 인수배경, 채무관계 등 재무상황에 대해 설명을 들었지만 아직 회사 분위기도 파악이 안돼 있다”며 “앞으로 6개월간은 지켜만 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사외이사 인선은 동원금융지주 김남구 사장의 생각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주부들에게 가장 서비스가 좋은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자산관리 영업에 주력하는 증권사 특성상 서비스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취지였다고 한다. 이사장은 “경험이 일천하다”는 점을 이유로 두차례 고사했으나 결국 한투측의 삼고초려 끝에 수락했다는 전언.

“앞으로 총각네 야채가게를 5년 뒤 상장한다는 꿈을 갖고 있는데 거기에도 도움이 될 것 같고 자금운용 방법에 대한 노하우도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98년 18평짜리 야채가게로 출발, 지금은 서울에 10개가 넘는 점포를 내고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사업가로 자수성가했지만 재테크는 아직 못하고 있다.

“수입이 얼마인지 공개할 수는 없지만 재테크를 할 만큼은 안되고요. 개인적인 빚을 갚는데 주로 쓰고 있어요. 빚을 다 갚으려면 5년 정도는 더 걸릴 것 같습니다.”

그는 “모든 상품을 채소로 생각해 보라”고 말한다. 시들면 못팔기 때문에 시들기 전에 고객을 찾아가 팔아야 한다는 것. 앉아서 고객을 맞은 시대는 지났고 금융회사에서도 고객이 찾아오게 하는 서비스가 중요하다는 점을 무척 강조했다. 사실 정(情)적인 서비스를 강조하는 그의 성공비결을 배우기 위해 삼성전자 직원들도 그의 가게를 견학하기도 했다. 아직 미혼으로 전문대를 졸업, 건국대에 편입해 현재 4학년에 재학중이며 레크리에이션을 전공하고 있는 만학도이다.

고객우선 정신으로 똘똘 뭉쳤지만 증권에는 초보자인 이사장이 금융계에도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지, 아니면 그의 사외이사 선임이 무모한 실험으로 끝날지 증권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글 오관철·사진 김문석기자 ok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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