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 암살

2009.11.03 17:45
구정은기자

총탄 3발에 무너진 이·팔 공존해법

올 봄 집권한 이스라엘의 우파 리쿠드당은 팔레스타인과의 공존을 부정하고 폭력적 해법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와 다를 바 없다. 이스라엘 극우파의 위험성은 이슬람 무장조직의 위험성에 비해 덜 알려져 있지만 유대 극우파의 테러도 그 못잖게 무섭다. 이를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 14년 전 일어난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 암살 사건이다.

[어제의 오늘]1995년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 암살

1995년 11월4일 ‘카흐네차이’로 알려진 유대 극우파 집단에 소속된 이갈 아미르라는 청년이 라빈 총리를 죽였다. 오슬로 평화협정이 체결된 지 1년여 만이었다. 모처럼 조성됐던 해빙 분위기와 이·팔 공존 해법은 총탄 세 발과 함께 산산이 무너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기사에서 라빈 암살을 “이스라엘의 JFK(존 F 케네디) 사건”이라 부르며 “중동 평화협상을 궤도에서 이탈시켰을 뿐 아니라 이스라엘의 정치구조도 왜곡시켰다”고 평가했다.

라빈은 이스라엘 건국 이전 팔레스타인의 유대인 정착지에서 태어났다. 팔마츠 유대인 부대에 입대하는 것으로 군 경력을 시작, 48년 독립전쟁에 참전해 이집트 전선에서 싸웠다. 74년에는 이스라엘 본토 태생으로서는 처음으로 총리에 올랐다. 그는 92년 두번째로 총리직을 맡았으며 이듬해 오슬로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94년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 등과 함께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하지만 팔레스타인과의 대화에 나선 순간부터 이스라엘 안에는 그의 적이 득실거리기 시작했다. 라빈 암살은 철없는 테러범 한 명의 소행이 아니었다. 리쿠드당의 베냐민 네타냐후 현 총리를 비롯, 많은 이들이 예루살렘의 시온광장에 모여 “라빈은 배신자”라고 외쳤다. 레우벤 리블린 국회의장은 2일 라디오 방송에 나와 “당시 라빈에 반대한 것은 네타냐후만이 아니었다”면서 몇년째 혼수상태인 아리엘 샤론 전 총리, 지금은 중도파로 변신한 에후드 올메르트 전 총리 등 여러 정치인들이 라빈을 공격했음을 상기시켰다.

지난달 말부터 시온광장에서는 라빈 추모행사가 열리고 있지만, 지금 이스라엘의 정권을 장악한 것은 네타냐후다. 이스라엘 경찰은 1일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인 요르단강 서안 유대인 정착촌에 살면서 아랍계 주민들을 죽이고 폭탄 테러를 저지른 이스라엘인 잭 테이틀을 체포했다. 네타냐후 정부는 국제사회의 지탄 속에서도 정착촌 건설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 라빈의 죽음 이후 14년이 지났지만 폭력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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