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월드컵 자살골 콜롬비아 선수 피살

2011.07.01 21:53 입력 2011.07.11 13:43 수정

광란의 총격에 세계 축구팬 경악  

1994년 미국월드컵, 콜롬비아는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히고 있었다. 남미 지역예선에서 강호 아르헨티나에 맞서 홈에서 2-1, 원정에서 5-0 승리를 거두었다. 당시 대표팀을 이끌던 프란시스코 마투라나 감독의 용병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콜롬비아는 28년 만에 본선에 오른 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이라는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둔 바 있다. 따라서 94년 미국월드컵을 앞두고 국민들의 기대는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예선 1차전에서 콜롬비아는 루마니아에 1-3으로 패한다. 미국과의 2차전에서는 안드레아스 에스코바르(1967~94·사진)의 자살골로 선취점을 내주며 1-2로 지고 만다. 예선 탈락이 확정되자 국민들은 분노했다. 마약조직인 ‘메데인카르텔’은 “선수들이 귀국하는 대로 살해하겠다”고 협박했다.

에스코바르의 자살골은 큰 충격을 주었다. 전통적으로 수비 축구에 능한 콜롬비아의 국가대표 수비수가 자살골을 넣었다는 것은 국민들에겐 용서하기 힘든 ‘배신’이었다. 감독 마투라나는 에콰도르로 피신했다. 선수들은 귀국을 주저했지만 에스코바르는 죄책감을 안고 홀로 귀국한다.

[어제의 오늘]1994년 월드컵 자살골 콜롬비아 선수 피살

귀국 며칠 후인 94년 7월2일 새벽 3시, 여자친구와 함께 자신의 고향인 메데인시의 한 나이트클럽에 들렀던 에스코바르(당시 27세)는 괴한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다. 여자친구는 “괴한이 에스코바르에게 ‘자살골에 감사한다’고 시비를 걸었다”며 “총탄 12발을 발사하면서 한 발씩 쏠 때마다 ‘골’이라고 소리 질렀다”고 증언했다.

죽기 바로 전날 “자살골은 이상한 경험이었다. 내 인생이 끝나지 않는 한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될 것”이라고 했던 에스코바르의 소감은 유언이 됐다.

콜롬비아의 월드컵 16강 진출에 거액을 베팅했다가 돈을 날린 축구 도박 조직의 보복살인이라는 설이 있었다. 다음날 검거된 살인범은 전직 경호원 출신의 움베르토 무뇨스 카스트로였다. 그는 법정에서 “직접적인 살해 동기는 자살골이 아니며 주차문제로 다투다 우발적으로 총을 쏘게 됐다”고 밝혔다. 법원은 그에게 43년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카스트로는 11년 만인 2005년 모범수로 가석방되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에스코바르의 죽음은 콜롬비아를 포함해 전 세계 축구팬들을 경악하게 했다. 콜롬비아 언론은 ‘나라 전체의 자살골’ ‘경악, 광란의 범죄’라고 대서특필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제프 블라터 회장은 “월드컵 역사상 가장 슬픈 날로 기억될 것”이라며 애도를 표했다. 국내에서는 주한 콜롬비아 대사관에 비난전화가 빗발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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