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컬러TV 국내 첫 출시

2011.08.01 21:33

총천연색 안방극장 시대 열어

40년 전만 해도 TV는 엄청난 부의 상징이었다. 그 시절의 TV는 값비싼 물건임을 뽐내듯 모양도 독특했다. 귀한 물건이 보관된 장식장처럼 문짝이 달리고, 문짝에는 열쇠까지 달려 있었다. 미녀의 각선미를 연상케 하는 미끈한 다리도 있었다. 많은 가정에서 장롱에 보관해 놓고 보곤 했다.

우리나라 TV 방송이 첫 전파를 띄운 것은 1956년 5월12일이다. 최초의 TV 방송국인 HLKZ-TV는 보도·교양·오락 등의 프로그램을 하루에 2시간씩, 그것도 격일로 내보냈다. HLKZ-TV 실험방송을 본 시민들은 “활동사진이 붙은 라디오가 나왔다”며 신기해했다고 한다.

TV와 방송 산업은 5·16군사쿠데타 후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1964년에는 민방인 동양방송이 상용방송을 개시했고, 1969년에는 MBC가 개국했다. 이어 1973년에 KBS가 주식회사로 창립돼 3년 후 본격적으로 방송 전파를 띄웠다.

[어제의 오늘]1980년 컬러TV 국내 첫 출시

TV 생산기술도 발전을 거듭했다. 온 국민이 흑백TV만 보던 1974년에 이미 아남전자가 일본 마쓰시타전기와 합작해 ‘한국내쇼날’의 이름으로 2만9000여대의 컬러TV를 생산했다. 1977년부터는 금성사와 삼성전자도 컬러TV 생산에 뛰어들어 연간 수출물량만 11만대에 달했다.그러나 컬러TV를 생산하면서도 컬러방송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고집 때문이었다.

“흑백TV도 없는 사람이 많은데 그보다 훨씬 비싼 컬러TV가 나오면 없는 사람들은 더 비참해지잖아. 나는 청계천 다리 밑에 사는 사람들까지 다 잘살게 해줄 수는 없지만 못사는 사람들에게 더 초라한 생각을 갖게 해 주기는 싫어.”박 대통령이 주변 사람들에게 들려줬다는 ‘컬러TV 보급 반대 이유’다.

이것만 보면 참 인간적인 대통령이고,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다. 하지만 그 시절 흑백TV 하나 없던 사람과 그들의 자녀들은 열악한 산업현장에서 ‘수탈’을 당했고, 정부는 그들의 땀과 눈물을 짜내 배를 불리는 기업주들의 충실한 보디가드였다. 이래서 정치는 ‘야누스의 얼굴’이라고 불리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흑백TV도 갖지 못한 사람들이 만든 컬러TV가 국내 시장에 처음 선보인 것은 박 대통령이 쓰러진 지 10개월쯤 지난 1980년 8월2일이다. 그로부터 4개월 후 컬러방송도 부잣집의 안방극장을 찾는다. 그 무렵 컬러TV를 사지 못한 사람들은 TV 화면에 오색 셀로판지를 붙이고 컬러TV 분위기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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