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형 전 대법관 “위험의 외주, 직영 전환으로 끝내선 안돼”

2016.09.08 21:40 입력 2016.09.08 21:46 수정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원회 전 위원장

정부와 사회 해결 의지 아쉬워

발표한 ‘노동안전인권선언’은 사고를 ‘인권’문제로 보자는 뜻

김지형 전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원장이 8일 서울 중구 충정로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지윤 기자

김지형 전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원장이 8일 서울 중구 충정로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지윤 기자

19세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간 ‘구의역 사고’(5월28일)가 발생한 지 100일이 넘었다. 구의역 사고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와 관심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원회(진상규명위) 위원장을 맡았던 김지형 전 대법관(58·사진)은 “위험의 외주화는 청년·비정규직·하청 노동자 등 노동 취약계층의 희생이라는 ‘재앙’을 낳고 있고, 시민들이 그 사회적 구조의 문제를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제2의 구의역 사고’는 또다시 나오지 않을까. 김 위원장은 “서울시가 안전업무를 직영으로 전환했다고 해서 구의역 사고를 촉발한 다양한 문제들이 매듭 지어진 것처럼 생각될까 우려된다”고 했다. 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 회의실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다.

진상규명위는 구의역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방지책을 수립하기 위해 민관 합동 조사기구로 지난 6월8일 활동을 시작했다. 진상규명위는 김 위원장을 비롯해 노동계·학계·시민대표 등 민간위원과 서울시 감사위원회 직원 등 모두 15명이 참여했으며, 7월28일 시민보고회를 통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진상규명위는 구의역 사고의 원인을 안전 보장을 위한 기술적인 시스템의 부실, 외주화에 따른 하청 구조, 그에 따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규정했다.

김 위원장은 “위험의 외주화로 촉발된 문제들로 어느 것 하나 시급하지 않은 문제가 없다”면서 “서울시가 안전업무를 직영화한 이후에 어떻게 안전 시스템을 만들 것인가가 더 중요한데 직영 전환 자체로 마치 문제가 매듭 지어진 것처럼 생각할까 우려된다”고 했다. 또 “중앙정부가 나서야 하는 문제인데도 문제 해결 의지의 확산이 없다”고 했다. 그는 진상규명위의 시민보고회가 구의역 사고 두 달이 지난 시점에 이뤄졌는데, 이미 사회적 관심도가 떨어진 것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위험의 외주화 문제는 우리 공동체의 전체 문제”라며 “이를 망각하지 않고 지속적인 공론화 작업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진상규명위는 시민보고회에서 “노동자가 작업장에서 위험으로부터 자신의 안전을 보호받을 권리”를 담은 ‘노동안전인권 선언’을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노동인권 선언에 관해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풀려면, ‘인간이라면 안전한 환경에서 노동을 제공해야 한다’는 공동체적 지지가 있어야 한다”면서 “구의역 사고를 인권의 문제로 바라보자는 취지로 쓴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미국 신자유주의의 경제적 관점에서는 ‘아웃소싱’이 비용절감을 통한 기업의 생존전략이라고 평가하는데, 과연 경제 논리와 인권의 가치가 경합할 때 우리 사회가 무엇을 선택하느냐는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 대형로펌의 대표 변호사 토머스 게이건이 독일에 다녀와서 쓴 책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를 언급하면서 “독일은 제품의 경쟁력으로 세계 최대 수출국이 됐다. 그 경쟁력은 기업이 노동 비용절감을 통해 얻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노동자를 경영의 주체로 인정하는 제도 안에서 나온 성과였다”면서 “기업들이 경쟁력 제고를 위해 외주화를 한다는 논리가 과연 타당한 것인가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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