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대치…정국 경색

2000.08.01 19:31

여야가 마주 달리고 있다. 민주당은 3, 4일 본회의를 열어 쟁점현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교섭단체 요건을 완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은 “인정할 수 없다”고 쐐기를 박고 강경투쟁을 선언했다. 정국경색의 장기화가 불가피한 분위기다.

-한나라 “야합않겠다” 주먹 불끈-

여름휴가에서 돌아온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1일 “국민만 바라보고 싸우겠다”고 언명했다. “어떤 정파와도 당리당략, 정략에 따라 야합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덧붙였다. “위당설법(爲黨設法)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교섭단체 요건 완화를 위한 국회법 절충 가능성도 일축했다.

이총재의 강경발언은 휴가를 하루 단축하고 당무에 복귀, 긴급 소집한 총재단회의에서 나왔다. 향후 이총재의 정국대응과 대권구상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야성(野性) 회복’ 선언으로 자리매김할 만하다. 사실 이총재는 지난달 28일 휴가를 떠나기 전까지도 YS, JP와의 연대를 모색하려는 속내를 내비쳤다. 들끓는 밀약설 파문에도 불구, “JP의 실체를 인정한다”며 재회동을 기정사실화했을 정도다.

그런 이총재가 선명노선으로 선회한 까닭은 뭘까. 우선은 당내 심상치 않은 기류를 외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실제로 당내에는 여당이 날치기를 했음에도 불구, 그릇된 대응으로 인해 밀약설이 확산되면서 한나라당이 코너에 몰린 상황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무성하다. 총재단회의에서도 “국민이 당에 무엇을 요구하는지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거나 “자민련의 도움을 받으며 정국을 끌어가겠다는 기대 자체가 어리석은 생각이다”라는 성토가 꼬리를 물었다. 이총재가 불참한 가운데 열린 의원간담회에서도 “당이 어디로 가느냐”(金文洙), “총재가 밀약설 때문에 꿀리는 것 아니냐”(金德龍)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나아가 장기적 대권전략의 차원에서 노선 선회의 필요성을 느낀 듯하다. 대선이 2년반이나 남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JP나 YS 끌어안기에 나서 국민적 명분을 잃어버리기보다는 ‘3김 청산’이라는 이총재의 상표를 극대화시키는 게 유리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분위기다. 이총재가 선명성을 우선 가치로 설정함에 따라 한나라당은 외유중인 의원들에게 귀국령을 내리고 여당의 단독국회에 대한 실력저지에 나섰다. 자민련에 대한 공격도 재개했다.

〈양권모기자 sulsu@kyunghyang.com〉

-민주 “무리않겠다” 한발뒤로-

민주당이 단독국회 강행과 야당 달래기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 1일 민생현안을 다루기 위해 예결특위와 운영위, 교육위 등의 단독 가동을 시도하면서도 야당이 실력저지하자 무리하지 않고 물러섰다.

정균환(鄭均桓) 총무 등 운영위원들은 오전 11시20분쯤 국회 운영위 회의장에 도착, 미리 대기중이던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먼저 회의를 소집하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법 개정안 강행처리를 사과하고 무효화하기 전에는 안된다”며 막자 5분 만에 회의장을 나왔다.

예결위 회의장에서도 오전 10시30분쯤 야야 의원간에 잠시 고성이 오갔으나 민주당 의원들이 회의장을 하나 둘씩 퇴장해 물리적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박병석(朴炳錫) 대변인은 “2일에는 행자위와 법사위를 열 것”이라며 “그러나 한나라당이 ‘실력저지’하면 가급적 물리적 충돌은 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이처럼 대여 강공을 펴는 데에는 경색정국을 조성, 영수회담을 성사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보고 영수회담을 제의해 오더라도 응하지 않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박대변인은 “모든 것이 국회 내에서 논의되고 처리돼야 한다”면서 “이런 문제는 영수회담 등 다른 방법으로 논의될 성질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특히 한나라당도 민생법안 처리 지연에 대해서는 국민의 비판을 외면할 수 없다고 판단, 한나라당측의 ‘국회 발목잡기’ 의도를 부각시켜 압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일단 국회를 열어 여야간 이견이 없는 금융지주회사법 등은 합의처리하고 국회법, 정부조직법 등 쟁점사안은 사후 처리키로 했다.

국회 개원을 위해 한나라당의 요구사항인 일정 수준의 사과 표명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날 민주당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영수회담을 제의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서영훈(徐英勳) 대표의 ‘국회 정상화를 위한 기자회견’을 준비했다.

여기서 국회 정상화를 촉구하고 사과도 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총재가 “어떤 정파와도 야합하지 않겠다”고 더욱 강경해진 모습을 보이자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최우규기자 banc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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