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보·혁 갈등 분출 조짐

2003.05.01 23:47

한나라당 보·혁 갈등이 분출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양측은 ‘한지붕 두가족’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어색한 동거’ 상태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국정원 인사와 여권의 정계개편 움직임에 대한 시각차가 드러나면서 간격이 벌어지는 분위기다.

이부영·이우재·권오을·김부겸·안영근·서상섭·김홍신 의원 등 개혁파들은 2일 당사에서 당의 고영구 국정원장 사퇴권고안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갖는다. 이들은 “지도부가 무책임한 색깔론을 내세워 권고안을 내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할 예정이다.

이는 고원장의 친북성향을 문제삼아 5월 임시국회에서 권고결의안을 통과시키려는 당 지도부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으로 파장이 예상된다. 안영근 의원은 “분명한 반대입장을 밝혔는데도 총무실에서 보관한 도장을 이용해 서명, 한나라당 의원 전원 명의로 권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면서 “도장도 돌려받겠다”고 밝혔다.

다른 한 의원도 “지도부와 일부 중진이 대선 패배의 교훈을 벌써 잊어버리고 색깔론 등을 제기하는 등 수구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상당수 수도권 위원장들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영근 의원은 지난달 30일에도 의원총회에서 고원장 사퇴에 반대했다가 정형근 의원 등 동료의원들로부터 항의와 야유를 받았다. 정의원은 “당이 싫으면 나가면 될 것 아니냐. 나가라”고 언성을 높였고 다른 의원들도 가세,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김홍신 의원도 여권 개혁신당에 대한 지지를 밝혀 ‘당을 떠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당내 보·혁 갈등은 앞으로 더욱 빈번해질 전망이다. 한 관계자는 “대선 전에는 이회창(李會昌) 총재란 구심점이 있어서 양측이 서로 언행을 자제했지만 이제 당내 조절기능이 없어져 불화가 곧바로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고 우려했다.

특히 6월 전당대회가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 선출될 대표와 지도부의 구성, 노선 등에 따라 양측 갈등이 잠복될 수도, 빅뱅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의원은 “전당대회를 통해 최대한 개혁파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새로 들어서는 지도부가 수구적인 행태로 일관할 경우 거취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김근철기자 kc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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