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결산승인 이례적 부결

2003.07.01 18:23

방송을 둘러싼 정치권의 힘겨루기로 한국방송공사(KBS)의 결산 승인안이 1일 국회에서 부결되는 극히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발단은 2002년 예산에 편성된 예비비 1백20억원 가운데 1백12억원을 임직원 성과급으로 사용하는 등 방만한 예산집행 의혹이 제기된 것이 빌미가 됐다.

결산심사 소위 위원장인 한나라당 고흥길(高興吉) 의원은 “간사로서 결산 심의를 하면서 상당히 황당한 것들이 많았다”면서도 “11개 시정조치 요구사항을 첨부해 가결해 달라”고 승인안 통과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분위기는 한나라당 김정부(金政夫)·이경재(李敬在) 의원이 반대 토론자로 나서면서 급반전됐다. 특히 이의원은 KBS의 공정성은 물론 신임 정연주 사장까지 비난, 의원석에서 고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의원은 “최근 KBS 자체 조사를 보면 공영성 지수가 MBC 등 민영방송보다 낮다”며 “국민을 우민화하는 방송을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정사장을 겨냥, 아들의 병역의혹을 제기한 뒤 “이념적 사회로 몰아가는 프로그램을 하려 하는데 그렇다면 세금이나 다름없는 수신료를 낼 필요가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배기선(裵基善) 의원은 “국가 기간방송으로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았던 KBS를 너무 흠집낸다”며 “변하는 환경에 맞게 KBS가 변할 필요는 있지만 무너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박관용(朴寬用) 의장도 “국회법상 시정요구한 결과를 받아 보기 위해서도 승인안의 통과가 필요하다”고 가결을 호소했다. 하지만 재석 154석에 찬성 72석으로 가결정족수 77석에서 5석 모자라 부결됐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부결시키기로 당론을 정한 것은 없었다”고 밝혔으나 한나라당이 추진중인 KBS 2TV 민영화를 위한 명분쌓기와 평소 불편한 관계인 KBS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김광호기자 lubof@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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