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중이라…” 의혹만 키운 국정원

2005.08.01 18:20

국가정보원이 1일 국회 정보위에서 X파일에 대한 자체 조사결과를 1차 보고했다. 이날 보고에서는 “조사가 진행중”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내용은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의 조사결과 공개가 늦어짐에 따라 불법도청을 둘러싼 국민적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X파일에 대한 자체 조사결과 중간보고를 위해 1일 국회 정보위에 출석한 김승규 국정원장이 회의 도중 눈을 감고 뭔가 골똘하게 생각하고 있다. /우철훈기자

X파일에 대한 자체 조사결과 중간보고를 위해 1일 국회 정보위에 출석한 김승규 국정원장이 회의 도중 눈을 감고 뭔가 골똘하게 생각하고 있다. /우철훈기자

◇뭘 보고했나=김승규 국정원장은 X파일과 관련해 조사대상인 전·현직 직원 43명 가운데 35명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이라면서 말을 아꼈다. 조사대상의 신원 및 이들이 불법도청에 직접 관여했는지 아니면 보고라인에 관련됐는지 등 세부내용을 밝히지 않아 논란이 이어졌다. 이 가운데 8명은 아직 행적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정소 전 안기부 1차장이 미림팀을 재건한 배경, 그가 직접 도청 자료를 받아 공식·비공식 라인을 통해 ‘정치적 상부’에 직보했다는 혐의에 대해 윤곽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오전차장이 입을 열지 않아 아직 구체적으로 누가 ‘몸통’이었는지 최종 파악이 안된 것으로 전해졌다. 획득한 정보가 김영삼 정권 시절 어떻게 활용됐는지도 여전히 미궁이다.

국정원이 출국금지 등의 규제를 신청한 20명에는 오씨와 공운영 전 미림팀장 외에 박지원 전 문광부장관, 천용택 전 국정원장, 김현철씨 등 거물급 인사들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측은 이건모 전 국정원 감찰실장이 공전팀장으로부터 회수, 소각했다는 도청 테이프 274개가 나온 데 대해서는 “(수사)권한이 없어 압수수색을 못했다”고 해명했다. 공씨에 대해서는 “갑작스러운 자해소동으로 조사가 며칠 늦어졌다”고 설명했다는 전언이다.

◇왜 공개 늦어지나=국정원은 지난주 중반까지만 해도 정보위 보고에서 최소한 국정원 관련 부분을 해명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날 보고에는 알맹이가 없었다는 평가다. 지난달 29일 국정원 주장과 달리 공씨 집에서 도청테이프가 발견되고, 검찰의 국정원 수사설이 대두되면서 곤혹스러워진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정원은 X파일 파문이 장기화되면서 일반의 도·감청 우려가 커지는가 하면 관련 장비 매출이 급신장하고 있는 ‘비상 상황’을 조기 종식시키려는 의지가 희박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국정원측은 그러나 다소 기술적인 이유를 댄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비밀보호법과 국정원 직원법 등의 허점으로 미리 조사내용을 밝힐 경우 퇴직 직원들 조사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원장은 “퇴직 직원들 때문에 밤잠을 못잔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용욱·이주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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