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책임론·반성론’ 부글

2009.04.30 18:10

재보선 참패로 갈림길… 안경률 총장 사퇴

친박계 침묵… 대안부재론에 일단 관망도

4·29 재·보선 참패로 한나라당이 갈림길에 섰다. 말 그대로 ‘여권 재구성’의 폭풍이냐, ‘찻잔속 태풍’이냐의 갈림길이다. 예상 이상의 참패에 속으로 ‘책임론’ ‘반성론’ 등이 부글부글 끓으면서다.

일단 30일 최고위원회의는 지도부에 대한 방어논리와 개편론이 엇갈렸다. 정몽준 최고위원은 “대표를 모시고 당 지도부가 (유세 지원을) 갔는데 청중이 한명도 없던 기억이 난다. 지도부가 당원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지 못하고 최소한의 권위와 명도 서지 못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지도부 책임론’을 거론했다. 정 최고위원은 “정당은 교과서를 보면 정치적 결사체라고 했는데 한나라당은 관료집단도 아니고 엉성한 친목단체 수준이라는 비판을 받는다”며 “실패의 원인을 찾고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반성하며 출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홍준표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번 재·보선 패배에 연연해서는 안된다”고 ‘책임론’ 차단에 나섰다. 당사자인 박희태 대표도 “더욱 심기일전해 서정쇄신으로 국민에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짧은 반성문으로 갈음했다.

대신 안경률 사무총장이 “재·보선을 총괄 지휘한 사무총장으로서 책임질 것”이라며 사표를 제출했다. 또 “당무 전반에서 쇄신할 부분을 찾아내야 한다”(김성식 의원)는 지적에 따라 ‘당무쇄신특위’(가칭)를 구성키로 했다. 지도부 보호를 위해 당직 개편이나 당 개혁 등을 민심수습책으로 구상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일단 표면적인 당내 기류도 이와 유사하다. 당장 지난 26일 ‘지도부 책임론’을 거론했던 공성진 최고위원은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당 개혁을 해야지, 지도부 개편이나 조기 전대로 덮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재·보선 후 당내 폭풍의 진원으로 지목돼온 ‘친이재오계’ 등 친이 비주류들도 일단 ‘관망’ 분위기다. 아예 이날 아침 ‘함께 내일로’의 정례 모임도 취소했다.

친박계도 극도로 말을 아끼면서 분란에선 한발 비켜서는 흐름이다. 전날(29일) 밤 추경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장에서 서로 경주의 친박후보 승리 소식을 전하면서 “표정관리해야 한다”던 연장선이다.

이 같은 상황은 무엇보다 ‘대안부재론’이 배경이다. 조기 전대로 갈 경우 친이·친박의 혈전이 불가피하고, 당장 ‘박희태 체제’를 대신할 마땅한 카드도 없다는 논리다. 이 전 최고위원도 이상득 의원과의 ‘권력 쟁패’를 통해 새로운 친이의 구심으로 나서기엔 아직 원외인 ‘한계’가 부담이다.

하지만 저류에 자리한 ‘쇄신’에 대한 공감을 감안하면 불안정한 ‘잠복’이다. 친이계 한 의원은 “친박들이야 표정관리하고 있고, 친이 주류는 할 말이 없을 것이고, 친이 비주류도 다들 눈치를 보고 있다”면서 “그런 한나라당의 구조적 문제가 선거의 패인이다. 과거 열린우리당이 분열증 정당이면, 한나라당은 노년비만 정당”이라고 꼬집었다.

영남지역 한 의원도 “노무현 전 대통령 문제를 가지고 당이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간다면 10월에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언제든 불씨 하나면 ‘쇄신론’이 타오를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임박한 당협위원장 선출, 원내대표 선거 등 계파간 불씨는 널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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