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게임으로 커지는 ‘집안 싸움’

2009.11.01 18:28 입력 2009.11.02 00:36 수정

‘수정론’ 배후엔 친이계… 박근혜 “정 총리 뭘 몰라” 직공

이 대통령 - 朴 충돌 가능성… 친이 - 친박 주중 별도 모임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여권내 집안싸움이 격해지고 있다. 세종시 수정론을 선도하는 정운찬 국무총리와 ‘원안 고수’를 강조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충돌이 그 중심에 있다. 정 총리의 수정론에는 수도권을 축으로 한 친이계 의원들이 배후에 포진해 있어 세종시 갈등은 결국 친이, 친박간 한나라당내 권력투쟁으로 전화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세종시 수정은 이명박 대통령의 ‘소신’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사이의 ‘한판 대결’의 소재가 될 수도 있다.

권력게임으로 커지는 ‘집안 싸움’

작금의 세종시 충돌이 심상치 않은 것은 최근 1주일간 정 총리와 박 전 대표가 부딪힌 강도에서 확인된다. 정 총리는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적 신뢰 문제 이전에 막중한 국가 대사다. (박 전 대표를) 직접 만나 설득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30일에는 세종시 현장을 방문했다. “당의 존립과 관련된 문제”라며 세종시 수정에 강한 반대 입장을 피력했던 박 전 대표의 입장을 정면으로 부정한 언행으로 매김되기에 족했다.

이에 박 전 대표는 지난달 31일 부산 방문 때 “의회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해서, 그리고 국민에게 한 약속이 얼마나 엄중한지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정 총리의 기자간담회 발언을 일축했다. 박 전 대표의 즉각적이고도 직설적인 공박은 ‘원칙’의 소신뿐 아니라 정 총리의 발언에 대한 ‘분노’가 포함돼 있다는 전언이다.

정 총리는 1일 “(전날) 박 전 대표의 발언을 들었느냐”는 경향신문 기자의 질문에 “들었다”고만 답했다. 정 총리는 이르면 이달 중순 자문기구인 ‘(가칭)세종시 위원회’와 실무기구인 ‘세종시TF(태스크포스)’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박 전 대표의 반대와 상관없이 세종시 수정 계획을 가속화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박 전 대표와 정 총리의 충돌은 종국적으론 당내 계파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정 총리가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니 지금은 분명한 정리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박 전 대표가 말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의 ‘수정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친이 주류와의 충돌은 가시권에 접어든 모양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장·차관 워크숍에서 “정권에는 도움이 안 될지라도 국가에 도움이 된다면, 오해를 받는 한이 있더라도 택해야 한다”고 세종시 수정에 강한 옹호 입장을 밝힌 터다. 그런 만큼 친이계 의원들이 정 총리에게 힘을 싣는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적잖다. 수도권 출신의 친이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원칙론만 얘기하는데 나라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적어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갈등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기저에는 친이계와 친박계의 뿌리깊은 불신과 세력싸움이 깔려 있다. 친박계는 이 대통령 등 청와대와 주류세력이 ‘정운찬’이라는 대리인을 내세워 ‘세종시 원안고수’를 강조하는 박 전 대표를 압박한다고 간주하는 측면이 있다. 반면 친이 측에선 친박세력이 내년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주도권을 잡기 위해 청와대 등 주류세력에 대한 견제에 나섰다고 보는 분위기다. 이 와중에 친박 모임인 ‘여의포럼’이 3일 세미나를 갖고 세종시 등 현안을 논의하는 데 이어 ‘안국포럼’ 출신 친이계 의원들도 6일 시내 한 음식점에서 정례 모임을 가질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작금의 상황을 종합하면 세종시 문제는 여권을 ‘블랙홀’ 속으로 몰고갈 공산이 크다. 총리직 지명과 함께 세종시 수정을 기치로 내건 정 총리로서는 물러서기에는 너무 나간 상태다. 거듭해서 강한 톤으로 원안 이행을 못박고 나선 박 전 대표로서도 타협의 여지가 별로 없다. 이 대통령으로서도 수정론을 접는 것은 박 전 대표에게 밀리는 것으로 비쳐지고 이는 권력 누수로 작동할 수 있다. 지난 연말·연초의 미디어법에 비견할 수 없는 충돌이 세종시를 놓고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결국 여권 핵심부가 추진하는 세종시 수정은 야당과의 ‘국회 전투’에 앞서 여당 내부의 권력투쟁이라는 벽에 부닥친 국면이다.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