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으로 ‘박’ 견제…이 대통령 ‘의도된 침묵’

2009.11.01 18:27 입력 2009.11.02 00:39 수정

세종시 수정 문제를 놓고 야당과 충청권의 반발은 물론 여권 내부의 갈등까지 심화되고 있지만 정작 이명박 대통령은 침묵을 계속하고 있다. 수정론에 반대하고 나선 박근혜 전 대표와의 직접충돌을 피하고, 정운찬 총리를 앞세워 여권 내부 정리와 여론 정지작업을 마친 후 ‘최종 정리자’로 등장하기 위한 의도된 행보로 풀이된다.

정 총리 지명 후 본격화된 세종시 논란이 3개월을 넘었지만, 이 대통령은 여전히 ‘관찰자’ 입장이다. 지난달 17일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에는 적당한 타협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세종시 수정 추진 의지를 간접 피력한 게 전부다. 이 대통령은 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세종시 문제는 거론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날 정몽준 대표와의 청와대 조찬회동에서도 세종시 문제에 대해 원론적 수준의 언급만 할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에선 일부 참모를 통해 이 대통령의 생각이 흘러나가자 아예 ‘함구령’이 내려진 상태다. 박 전 대표의 ‘부산 발언’에 대해서도 함구로 일관했다.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1일 세종시 논란에 대해 “코멘트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함구령의 이유로 “혼란 방지”를 앞세웠다. 청와대가 입장을 정해 놓고 배후조정하고 있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에 대한 경계심도 배경이다.

이 대통령의 ‘침묵’에는 보다 복잡한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정 총리를 통해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하겠다는 뜻이 담겼다는 분석이다. 박 전 대표가 ‘원안 플러스 알파’를 주장하며 수정론에 반기를 들고 나온 상황에서 세종시 문제를 두고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부딪히는 모양은 피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대립구도는 여권의 고질적 계파갈등을 키울 수 있고, 수정론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도 도움될 게 없다는 판단이다. 나아가 이 대통령이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이슈의 전면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정 총리에게 세종시 문제 해결의 총대를 메게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대통령이 계속 침묵만 지키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존 계획대로라면 세종시는 자족적 도시가 불가능하고, 수정과 보완은 시대적 사명이란 게 이 대통령의 생각”이라며 “뒤에 숨어서 피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이르면 이달말이나 다음달초 담화문이나 기자회견 등의 형식으로 입장 표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