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치기 후폭풍, 희생양 찾는 한나라

2010.12.10 21:50 입력 2010.12.10 23:26 수정

부실·졸속 심사해놓고 불교계 거센 반발에 차관 경질 거론 등 뒷북

한나라당이 새해 예산안을 강행처리하면서 불교계에 약속했던 템플스테이 예산 증액을 누락시켜 후폭풍이 일고 있다. 당황한 한나라당은 책임자 문책과 관광진흥개발기금에서 보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군사작전식 예산 날치기의 부메랑이 여당을 타격한 꼴이다.

한나라당은 국회 문방위 예산심사에서 정부가 109억5000만원을 편성한 템플스테이 예산을 지난해 수준인 185억원으로 증액시켜 예결위로 보냈다.

앞서 ‘좌파 주지’ 발언으로 불교계와 불화해온 안상수 대표는 185억원 증액을 불교계에 약속했다. 당 지도부도 최근 경남 양산 통도사를 방문해 템플스테이를 하며 불심 달래기에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계수조정소위에서 “수익사업인 데다 기독교의 반대가 예상된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후 예산안 날치기의 급박한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템플스테이 예산 증액에 손을 놓으면서 사실상 정부 원안대로 확정돼 버린 것이다.

불교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한나라당은 ‘희생양’ 찾기부터 나섰다. 안 대표는 10일 “진상조사를 해서 문책대상이 있으면 문책하겠다.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당 예결위 수석전문위원은 뭐하는 사람들이냐”며 격노했다. 원희룡 사무총장도 트위터에 “불교예산, 재일민단예산 등 당의 공식 약속 예산을 못 챙긴 점 엄중문책하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에서는 유성걸 기획재정부 2차관의 경질설까지 거론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일단 삭감된 예산 65억원을 내년도 관광진흥개발기금에서 보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가재정법상 기금은 20% 범위 내에서 탄력적 운용이 가능하지만, 날치기한 예산안을 이틀 만에 뒤집는 ‘뒷북 수습’이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예산 요구액이 깎여 있는 타 종교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당 내에서는 2012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불교계와의 화해를 모색하기 위해 골몰해 온 한나라당이 자충수를 뒀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예산 증액을 급하게 기획재정부에 맡기면서 여당 계수조정소위 위원도 제대로 참석을 못하고, ‘윗선’은 지역구 예산만 챙겼다”면서 “당이 잘못해 놓고 이제 와서 희생양을 찾고 정부 탓을 하는 것도 앞뒤가 안 맞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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