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야 통합 접점 민생서 찾는다”

2011.05.26 00:09

孫 ‘민생진보’ 내용 뭔가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민생 진보’를 화두로 삼았다. “어떤 이념놀음보다 민생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겠다”는 것이고, 반값 등록금·노사관계 등의 현안도 민생 진보의 틀로 수렴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탈이념’을 강조하면서 당 노선을 ‘중도’로 잡은 것 아니냐는 물음표가 던져지고 있다. 정체성 논쟁이 촉발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손 대표가 ‘민생 진보’라는 말을 꺼낸 것은 지난 20일이다. “민주당이 추구하는 민생 우선의 정치를 민생 진보라 이름붙여도 좋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다. 그는 민생 진보를 “민생을 제일 먼저,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아 국민들이 분열·갈등, 특권·차별에 상처받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본인과 당 활동의 중심축으로 삼은 것이다.

그 프리즘으로 현안들도 설명하고 있다. 손 대표는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반값 등록금·무상복지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 입장에 대해 “부자감세는 해주면서 낡은 이념에 사로잡혀 민생을 내팽개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북 강경정책에 관해선 “이념에 지나치게 경도돼 국제정세를 못 읽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4일 경찰의 유성기업 노조원 강경진압도 “경제를 앞세워 민생을 짓밟는 전형적인 예”로 비유했다. 그는 “우리가 집권한다고 복지·분배만 할 거냐. 성장도 할 거다. 대기업만 살찌우고 맹목적·외형적 실적에 치우치는 성장이 아니다”라고 ‘진보적 성장’도 얘기했다. 성장의 낙수보다 복지 강화로 성장동력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b>외부인사 영입</b> 민주당 손학규 대표(오른쪽 두번째)가 25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신임 당직자 임명식을 갖고 전략홍보본부장에 임명된 박선숙 의원, 문용식 유비쿼터스위원장, 김헌태 전략기획위원장(왼쪽부터)과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외부인사 영입 민주당 손학규 대표(오른쪽 두번째)가 25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신임 당직자 임명식을 갖고 전략홍보본부장에 임명된 박선숙 의원, 문용식 유비쿼터스위원장, 김헌태 전략기획위원장(왼쪽부터)과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민주당은 향후 정책 방향도 민생 진보에 맞출 태세다. 박영선 정책위의장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골고루 혜택이 가도록 정책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야 통합 접점 민생서 찾는다”

관심은 손 대표가 왜 민생 진보를 꺼내들었는지에 있다. 우선 앞서 제기한 ‘혁신과 통합’이라는 과제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당 야권통합특위를 통해 조만간 통합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지만 진보정당을 향해 이념을 갖고 접근할 경우 통합이 난항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 대표의 한 측근은 “민주당이 진보정당의 이념에 그대로 동의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야권이 이념논쟁이 아니라 정책적 민생 현안에서 공통분모와 접점을 찾고, 통합도 그런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손 대표가 ‘오른쪽’으로 가겠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그걸 좌우로 표현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생 진보에는 정부·여당을 겨냥한 측면도 있다. 손 대표가 “이명박 정부가 낡은 이념을 부여잡고 있어 경직돼 있다”고 비판한 대목이다. 이를테면 한나라당은 복지 자체를 ‘좌’로 생각하고, 북한에 대해서도 ‘길들이기’에 방점을 찍고 있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민생 진보를 말하면서 민주당 스스로의 변화 의지를 강조하는 의미도 있어 보인다. 손 대표의 강훈식 정무특보는 “혁신과 통합이 당의 향후 방향이라면 민생 진보는 그것을 위한 내용적 연결고리”라고 말했다. 복지와 민생이 야권통합의 새 출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노선·정체성을 두고 논쟁도 촉발된다. 좌우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탈이념’이 자연스레 중도노선으로 비치고, 그때그때 진보정당·한나라당과의 차별 도구로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강경파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민생 진보가 아직 무슨 뜻인지 정확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내용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정동영·천정배 최고위원은 손 대표에게 당의 ‘좌클릭’을 통한 정체성 강화를 주문하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겪게 될 고비도 첩첩이다. 이르면 오는 6월로 예상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등에 대한 대응이 민생 진보의 향배를 가늠할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비정규직·최저임금·복지재원 문제 등에서 손 대표가 어떤 착점과 해법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야권통합의 뇌관이자 그가 밝힌 ‘진보적 성장’의 핵심 현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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