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존재 자체가 어렵다면 창조적 파괴를”

2011.12.27 22:00 입력 2011.12.27 23:12 수정

김종인 전 청와대 수석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으로 임명된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71)이 박근혜 비대위원장(59)의 ‘쇄신 멘토’를 자처했다. 27일 첫 비대위 회의부터 “성과 없이 (밖으로) 나가면 안된다”면서 회의를 주도했다.

그는 경향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선 ‘파괴’를 거론했다. “한나라당이 기본적 사고와 정책, 사람 등 모든 것에서 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존재 자체가 어렵다고 판단했다면 창조적 파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당이나 정치인은 후회해야 할 일을 해서는 안된다. 한나라당이 그동안 뭐가 뭔지도 모르다가 막다른 골목에 와서 후회하게 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없다. 한나라당은 다른 데 쳐다볼 게 없다”며 속전속결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한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49)의 멘토로 불린 것을 두고는 “내 스스로가 안철수 멘토라고 이야기해본 적이 한번도 없다”면서 “내가 그 사람을 댓번 만났는데 가까운 것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비대위 후에 그는 “내가 보기엔 그 문제(안철수 현상)는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그간 여야 모두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왜 한나라당을 택했는가.

“개인적인 생각으로 한나라당이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우리나라의 안정적 발전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가 25년 동안 압축성장했고, 25년 동안 민주화를 했다. 25년간 압축성장하는 과정에서 모순점이 있는 것을 민주화 시대에서 풀 줄 알았는데 더 악화됐다. 그게 오늘날의 산물이다. 그래서 국민은 제도권 정당을 신뢰하지 않는 것이고, 그것이 10·26 서울시장 선거에서 극명하게 나타난 것이다.”

- 한나라당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미 정당의 존재가치를 잃어버렸다. 변화를 일으켜야 하는데 지금까지도 뭐가 뭔지를 모르고 있다. 복지정책은 좌파 복지와 우파 복지가 따로 없는데, 한나라당에선 ‘복지는 진보진영에서나 하는 것’이라는 사고가 팽배했다. 어떤 복지를 할 수 있을지 기본적 인식부터 잡아야 한다.”

- 첫 회의를 이끌고 박 위원장이 수용하도록 했다는 말이 나온다. 원희룡 의원은 “이번 비대위는 김종인 비대위”라고 했다.

“외부 사람들은 (오랫동안) 여러 가지 생각을 한 끝에 이야기하는 것이다. (박 위원장이) 잘 수용할 수밖에 없지, 어떻게 하느냐. (내가 하는 말은) 한나라당을 위해, 박 위원장을 위해서 하는 소리가 아니냐. 거부할 수 없는 것이다.”

- 박 위원장을 어떻게 생각하나.

“박 위원장의 변화 과정을 보며 세상에 대한 인식을 수용하는 사람이 아닌가 여겼다. 비대위원장 수락연설에서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했는데 믿음을 갖게 됐다. 변화하는 국민을 보고 적응해 나가겠다고 한 것이다.”

- 박 위원장의 경제교사가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내가 이 나이에 누구 교사할 수 있는 사람이냐.”

- 대표적인 재벌개혁론자로 꼽힌다. 박 위원장이 ‘부자증세’에는 부정적이었던 것을 어떻게 생각하나.

“걱정할 게 없다. 박 위원장이 세금이 복잡하기 때문에 잘 파악이 안돼서 그렇게 이야기한 것이다. 소득세 전반을 놓고 따지자는 것(박 위원장의 입장)이 잘못된 이야기도 아니다. 재분배 쪽에 정부 역할을 강조하려면 세제 역할을 강조해야 하기 때문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

- 안철수 원장의 멘토로도 알려졌다. 한나라당에 가면 안 원장의 반대편에 서는 것 아닌가.

“본인(안 원장)이 그렇게 이야기해서 언론이 멘토라고 쓴 것이다. 정치를 하려면 정치에 나와야지. 뒤에서 꿍꿍대고 정치를 할 수 있나.”

- 앞으로 어떤 활동에 중점을 둘 것인가.

“제도권 정당들이 정신을 차려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나라가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 조화를 창조해낼 수 없다. 한나라당이 근본적 변화를 통해 국민 의사를 반영할 수 있어야 사회 평온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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