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100일 여야 현주소

반성 없는 보수, 갈 길 먼 회생

2017.08.17 22:15 입력 2017.08.17 22:22 수정
이지선·유정인·박순봉 기자

한국당·바른정당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운데)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외교·통일·국방정책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운데)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외교·통일·국방정책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와 탄핵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물러나면서 보수 세력도 9년 만에 야당이 됐다. 9년 만에 야당으로 변신한 이들 보수정당들은 문재인 정부 100일 동안 좀처럼 지지율 반등 기회를 마련하지도, 잡지도 못하고 있다. 특히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친박 청산’으로 상징되는 과거와의 결별은 지지부진한 채 오히려 전통적 지지층에 얽매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전히 보수세력의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당은 대선 후 54일 만에 치러진 당대표 경선에서 대선 패장 홍준표 대표를 다시 선출했다. ‘강한 야당’을 앞세운 홍 대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홍 대표는 취임 후 혁신위원회를 꾸려 당 변화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혁신위 자체가 ‘극우향우’ 논란에 휘말리면서 변화 이미지를 심는 데 실패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 ‘너무 미흡하다’는 차원을 넘어 퇴행적”이라며 “프로그램 자체가 국민들에게 전향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수세적이며 문재인 정부가 실수를 거듭해서 실패하면 그 어부지리를 노리는 형국”이라고 평가했다.

‘견고한 보수 표만 붙잡으면 생존할 수 있다’는 정치공학에만 매달린다는 것도 문제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지역과 세대적 요소를 보면 우리 지지자들 특성이 무엇인지 확실하고, 정치인으로서는 거기에 호소하는 전략을 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당은 안보, 세제, 부동산, 원전 등 주요 이슈들에서 정책적 대안에 집중하기보다 여당을 ‘좌파’로 몰아 그와 대척점에 있는 자신들의 좌표를 강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심지어 홍 대표 등은 좌파세력의 음모라며 방송개혁 대상인 MBC를 감싸고 ‘갑질’ 논란을 일으킨 박찬주 대장까지 옹호했다. 당에서도 “MBC 개혁을 공영방송 장악이라고 주장하는 데에서 극우의 향기를 느낀다”(관계자)는 한숨 소리가 들린다.

차기 주자 등 구심점 역할을 할 인물도 없다. 보수 정권에서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인사는 “지지자는 당의 미래를 보고 지지하게 되는데 그런 모습을 보여줄 사람이 한국당 내에 누가 있느냐”고 했다. 당 관계자는 “딱 ‘이 구역의 깡패는 나야’ 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바른정당도 고민이 깊다. 당은 ‘따뜻한 보수’를 내세워 경제 분야에서 변화를 시도하고 호남과 수도권, 젊은 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여당과도 협조할 것은 협조하며 비판할 것은 비판하겠다는 기조를 내세웠다. 이 같은 행보는 가치 측면에서 보수의 지향점을 향해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정치지형상 현실적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특히 보수 내부에서 여전한 ‘배신자 프레임’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그러다 보니 대선 100일이 지났지만 회생 기미가 잘 안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보수야당 지지율을 합쳐도 20%대 밑이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둘러싼 요인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박정희 전 대통령식의 한국 보수주의가 더 이상 시대적으로 유효하지 않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보수야당의 회생을 위해선 국정농단에 대한 진정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우선 지적한다. 이를 위해선 친박계 청산, 수직적이고 경직된 당내 문화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격렬한 토론’ 등을 통해 철저한 자기 반성, 변화를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강원택 교수)는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 대통합’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홍준표 체제 이후 더 극우화한 한국당과 보수개혁을 앞세운 바른정당의 화학적 결합은 쉽지 않으며, 지방선거를 겨냥한 선거용 이상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강 교수는 “시대적 상황에 부합할 수 있는 새로운 보수주의를 만들어내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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