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은 실체 없고, 항명은 명확”…민주당 “수사·재판 가이드라인” 반발

2024.07.01 18:03 입력 2024.07.01 19:57 수정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1일 국회 운영위에서 열린 현안 질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1일 국회 운영위에서 열린 현안 질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1일 “박정훈 대령이 주장하는 이른바 외압은 실체가 아직 규명된 바 없고, 증거도 없다”며 “반면 항명 사건은 명확하게 실체와 증거가 나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야당은 “대통령 최측근의 수사·재판 가이드라인”이라고 비판했다.

정 비서실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대통령실 현안질의에 출석해 대통령실의 채 상병 수사 외압과 박 대령 항명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묻는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외압에 대해선 “전언의 전언을 통해 들은 주장과 느낌만 있을 뿐 실체적 증거가 없다”며 “박 대령에게 전언했다는 김계환 사령관 본인은 그런 얘기를 한 적 없다고 증언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박 대령이 항명죄로 기소된 건에 대해선 “직속상관인 장관의 정당한 명령 지시를 이행하지 않음으로 해서 기소됐다”고 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가 1일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신장식 조국혁신당의원이 질의를 하며 띄워놓은 경향신문 기사를 보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가 1일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신장식 조국혁신당의원이 질의를 하며 띄워놓은 경향신문 기사를 보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야당은 반발했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판 중인 사안에 대해 대통령 최측근인 정 실장이 항명죄로 생각한다고 말하면 그 말 책임질 수 있나”라며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하는 건가. 재판에 영향력 미친다고 생각하지 않나”라고 질타했다.

같은 당 곽상언 의원은 “수사기관도 아닌데 어떤 것은 실체가 있고, 어떤 것은 없다고 어떻게 아나”라고 따졌다. 정 실장은 “부임한 지 두 달밖에 안돼 채 상병 사건 경위를 파악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며 “1년 동안 관심있게 봐 와서 언론·전언을 통한 제 판단을 정리했다”고 답했다.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채 상병 사망 사건을 군에서) 법에 따라서 제대로 (경찰에) 이첩했는데, 누가 회수하라고 했는지 국민이 묻고 있다. 그런데 불법 회수당한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겠나”라며 “(정 실장 말은) 수사 가이드라인 아닌가”라고 물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국회 운영위 현안질의에서 공개한 군 내부 문서. 추 의원실 제공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국회 운영위 현안질의에서 공개한 군 내부 문서. 추 의원실 제공

추 의원은 박 대령 해임 사유가 ‘장관 지시 불이행’에서 ‘사령관 지시 불이행’으로 바뀌어 있는 군 내부 문서도 공개했다. 정 실장이 항명한 상대가 “국방장관”이라고 말한 직후였다. 그는 “아무렇게나 줄을 쓱쓱 그어 장관을 사령관으로 뭉개고 바꿨다”며 “이렇게 마음대로 문서를 바꿔서 항명이라고 하고 인사 조치를 했다”고 비판했다. 항명의 상대가 누군인지도 오락가락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시 수사 결과를 뒤집으라 지시한 게 누구냐 할 때 장관이면 부담스러우니 사령관으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야당이 추진하는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위헌 사항이 분명한데도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의 직무유기”라며 “당연히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자체가 상설 특검 성격을 지닌 수사기관인데, 공수처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특검이 도입되면 공수처 위에 또 다른 특검이 오는 ‘옥상옥’의 모양을 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도운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이 1일 국회 운영위에서 열린 현안 질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도운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이 1일 국회 운영위에서 열린 현안 질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김진표 전 국회의장 회고록에 담긴 윤 대통령의 이태원 참사 조작 가능성 언급에 대한 이소영 민주당 의원 질의에 “윤 대통령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윤 대통령은 이태원 사건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을 전부 다 수사하라고 말했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받은 명품 가방에 대한 공방도 오갔다. 천하람 개혁신당 대표는 “포장 그대로 (대통령실) 청사 내에 보관 중으로 알고 있다”는 정 실장 답변에 “실제 그런지 현장실사한다고 하면 협조할 것이냐”고 추궁했다. 정 실장은 “대통령실 전역이 보안구역이기 때문에 논의해봐야 한다”고 부정적으로 답했다. 정 실장은 김 여사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불법적인 녹취와 촬영을 한 저급하고 비열한 공작”이라고 평가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김 여사가 받은 명품 가방을 2022년 연말까지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하지 않았다며 현행법 위반이자 “2022년에는 일종의 선물로 받은 것”으로 판단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2022년 5월10일부터 같은 해 연말까지 총 126개 품목을 ‘대통령기록물 생산 현황’ 목록에 올리면서 김 여사가 받은 명품 가방은 제외했다는 것이다. 윤종군 민주당 의원은 김 여사가 받은 명품 가방뿐 아니라 전통주, 화장품 등도 기록물로 보관되고 있는지 현장 조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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