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피살’ 충격]표적테러냐 우발총격이냐

2003.12.01 18:15

외국인에 대한 우발적 사건일까, 한국인을 노린 표적 테러일까. 아니면 강도행각일까. 이라크에서 일어난 한국인 첫 피격 사망사건의 배경과 의도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일단 공식 언급을 삼가고 있다. 1일 오후까지 당시 정황과 공격 주체 등이 알려지지 않음에 따라 정확한 경위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윤영관 외교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아직 공격 이유를 모른다”며 “한국인인지 알고 그랬는지, 또 어떤 집단이 자행했는지도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국방부 등에 따르면 변을 당한 (주)오무전기측 차량은 한국인들이 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만한 표시가 없었다. 합동참모본부 김장수 작전본부장(육군 중장)은 “숨진 김만수씨 등이 탑승한 지프에 국기가 달려 있지 않는 등 외견상 한국인 차량임을 식별하기는 곤란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분명한 점은 해당 차량을 향해 조준사격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추정컨대 시속 60㎞ 이상으로 달렸을 지프를 맞히려면, 설사 다른 차를 타고가면서 총격을 가했더라도 겨냥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잘 훈련받은 이들의 조직적, 계획적 소행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국내의 한 감식전문가도 “TV에 비친 차량에 소총알 수십발이 맞은 흔적이 뚜렷했다”며 “단순히 겁을 주기보다는 (탑승자들을) 살해하려고 작심하고 쏜 것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공격 의도를 두고서는 다양한 추론이 나오고 있다. 우선 미국과 동맹한 외국인들에 대한 무차별 테러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있다. 피해자들이 단순근로자로 ‘테러세력’이 사전에 한국인임을 알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며, 동시에 외교나 군사분야와는 무관하다는 점에 근거한 것이다.

한국인 표적설도 있다. 이미 파병을 했고, 추가 파견을 하려는 한국에 대한 이라크 ‘저항세력’의 적개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친미성향에 대한 경고 성격이 포함됐다는 설명이다.

같은 날 일본 외교관들이 무장괴한의 습격을 받아 피살됐고, 그 전날 스페인 정보장교들이 매복공격을 받고 사망한 것과 동일한 맥락이란 주장이다. 지난 10월 이라크 주재 한국대사관원이 현지인들로부터 “이곳을 떠나라”는 협박을 받았고, 지난 8월 KOTRA 바그다드 사무소에 총격이 있었던 예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일각에서는 한국인을 일본인으로 오인해 총격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노상강도설도 있지만 소지 물품이 그대로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개연성은 희박하다.

정부 당국자는 “현재로선 한국인을 염두에 두고 했다는 징후나 증거는 없다”며 “하지만 비무장 외교관과 민간인까지 살상한 점으로 미뤄 향후 이라크 내 반외세 세력의 공격이 전방위적으로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재영기자 cj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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