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日에 ‘노(NO)’ 일침

2004.03.01 18:31

노무현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에게 강한 경고를 날렸다. 잇단 보수우익적 행보에 제동을 건 것이다. 미묘한 파장이 예상된다. 노대통령은 그러면서도 과거사 문제를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미래지향적으로 극복하자는 해법을 내놓았다. 노대통령은 국내의 역사바로세우기와 관련해서도 똑같은 접근방식을 선보였다. ‘노무현식 역사바로세우기’를 제시한 셈이다.

◇의미와 파장=노대통령 발언 의도는 한·일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 구축이다. 작년 6월 일본측과 그같은 노력을 하기로 합의했지만 정작 고이즈미 총리의 언사가 빗나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달 27일에도 오사카 법원이 신사참배 금지요구 소송을 기각하자 “매년 신사참배하겠다”고 발언했다. 작년 말에는 “다케시마(독도)는 우리 땅”이란 말도 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언사는 한국민들의 감정을 격앙시키고 양국 협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밖에 없다는 게 노대통령 연설의 골자다.

일본의 유사법제 마련 노력과 우리의 독도우표 발행에 대한 일본의 감정적 대응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노대통령이 ‘우리 정부가 침묵하는 뜻을 제대로 살피라’며 전례없이 강한 톤의 메시지를 보낸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일본 정부는 아직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본 언론들이 노대통령의 발언을 대대적으로 다루고 있어 멀지않은 시기에 어떤 식으로든 반응이 있을 것 같다.

노대통령은 국내 친일청산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친일문제가 한국 근현대사를 짓누르고 있다는 것이다.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 특별법안을 둘러싼 국회의 진통을 언급하며 “아직도 우리 역사에 대한 해석, 인식에 있어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한 게 좋은 사례다. “우리의 독립투사들이 우리 역사를 주도하지 못했다”고 자탄한 대목도 마찬가지로 해석된다.

친일문제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한 것이 이념갈등과 지역감정으로 나타났고 그로 인한 후진적 정치구조가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의 극복방법으로는 국민통합을 내놓았다. 3·1절 때 모든 국민이 지역과 종교에 관계없이 하나가 돼 자주독립을 외쳤듯이 과거사로 인한 갈등과 분열을 통합으로 치유하자는 것이다.

◇연설안팎=노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연설문을 직접 썼다. 참모들이 쓴 원고를 밤새 자신이 수정한 것이다. 참모들이 작성한 연설문안만 갖고 있던 외교부나 주한 일본대사관측은 내용이 다른 노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당혹해했다고 한다.

연설 직후 외교부 관계자는 기자간담회를 자청, “대통령의 연설내용은 고이즈미 총리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며 진화에 진땀을 흘렸다. “보수우익적 발언을 일삼은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 도지사도 국가지도자급”이라고도 했다. 일반론이라는 얘기다.

〈강진구기자 kangj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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