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수·함미 절단면 매끈… ‘피로 파괴’ 새롭게 부상

2010.04.01 01:24 입력 2010.04.01 09:31 수정

큰 폭발음·화재 부유물 없어

초병 “철판 찢어지는 소리”

전문가들 ‘외부폭발’에 이견

천안함 침몰사고 원인으로 어뢰나 기뢰 등 외부에서 가해진 폭발이 아니라 용접 부위에 누적된 균열로 인해 급작스레 파손됐을 것이라는 이른바 ‘피로 파괴(fatigue failure)’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파손 정황이 폭발 사고로 보기에 석연치 않은 데다 함수와 함미 사이의 절단면이 칼로 자른 듯 매끈한 형태를 보이는 등 ‘피로 파괴’의 일반적 특성과 들어맞는다는 것이 근거다.

천안함이 피로 파괴 됐을 때를 가정한 상상도. 그래픽 | 성덕환 기자

천안함이 피로 파괴 됐을 때를 가정한 상상도. 그래픽 | 성덕환 기자

군 당국은 천안함이 어뢰나 기뢰 등 외부로부터 가해진 폭발로 인해 침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추정의 연장선에서 일각에선 북한의 공격에 따른 침몰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폭발에 따른 파손으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먼저 선체를 두 동강 낼 정도의 강력한 폭발이 있었다면 커다란 폭발음이 들려야 정상인데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다.

백령도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26일 밤 사고 발생 당시 해군이 조명탄을 쏘는 소리 외에 다른 폭발음은 들리지 않았다.

해군은 천안함 사고 직후 조명탄을 발사했다. 사고현장을 목격한 해병대 초병은 천안함이 사고를 당할 때 청취한 소리를 ‘평소 들었던 포 소리 수준’ ‘마치 철판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로 묘사했다.

아무리 강력한 폭발이라도 1200t급 선박을 한 번에 두 동강 내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조선업체에서 일하는 피로파괴 전문가는 “배의 밑부분에서 폭발이 일어나는 경우 둘로 갈라질 수 있지만 가능성은 별로 없다. 배를 두 동강 내려고 일부러 폭탄을 설치하지 않는 이상 힘들다”고 말했다.

선체에서 폭발 흔적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해군은 지난 30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고경위를 브리핑하면서 “함수 쪽 절단부위 사진 촬영과 떠오른 물체를 보면 폭발이나 그을음 흔적은 없고 불에 탄 물체도 없다”고 보고했다. 사고현장에 화재도 없었고 기름 및 화약 냄새를 맡지 못했다는 현장 생존자의 증언도 있다.

현장 생존자들의 증상도 폭발사고 때와는 다르다. 김경수 인하대 선박해양공학과 교수는 “폭발이 있었으면 그에 따른 충격파로 생존자들도 상당한 부상을 입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생존자 다수는 경미한 찰과상 정도의 증세만 보이고 있다. 폭발사고에 따르게 마련인 기름 등 부유물이 현장 주변에서 발견되지 않는 것도 납득되지 않는 대목이다.

특히 강력한 폭발이 있었다면 파손 면은 날카롭게 찢긴 형태를 띠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현재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는 잠수부들은 “천안함 함수와 함미 사이의 절단 부분이 마치 칼로 자른 듯 깨끗했다”고 전했다. 이는 선박이 ‘피로 파괴’로 인해 파손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피로 파괴’는 배에 균열이 조금씩 진전되다 외부의 충격을 만나 한 번에 쪼개지는 현상을 말한다. 결국 건조된 지 20년이 지난 천안함의 용접 부위에 미세한 균열이 누적되다 외부 충격으로 함정이 절단된 듯 두 동강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천안함은 작전을 나갈 때마다 물이 줄줄 샜다”는 실종자 가족들의 증언과도 일치한다.

조상래 울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군함의 경우 무거운 장비가 많아 상선보다 ‘피로 파괴’에 더 취약할 수 있다”며 “피로 파괴와 암초 충돌 등 외부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피로 파괴(fatigue fail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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