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중·일 방공식별구열 득실

미국, ‘아시아 중심축 전략’ 부각 효과

2013.12.01 22:07 입력 2013.12.01 23:19 수정

중국 도발 계기로 이슈 집중

중국의 일방적인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에 미국은 인정할 수 없다고 우려를 표하면서도 더 이상의 긴장 악화를 바라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는 29일 자국 민간항공사들이 중국 측 방공식별구역 비행 전에 사전통보하겠다는 것을 막지는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미국은 중국의 일방적 선포에 여전히 깊이 우려하고 있다”면서 항공운항 안전규정에 따라 권고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본 측이 중국 요구를 자발적으로 따른 민간항공사들에 사전통보 중단을 지시한 것과 비교하면 미국의 태도는 다른 것이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조 바이든 부통령이 2일부터 일·중·한을 순방하는 계기에 긴장된 상황을 누그러뜨리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 내 대중 강경론자들은 약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딕 체니 전 부통령의 아시아담당 보좌관을 지낸 스티븐 예이츠는 미 정부의 조치가 “나쁜 움직임”이었다고 비난했다. 현상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미국은 한국이 방공식별구역을 확대해 중국·일본과 갈등을 키우는 것을 환영하지 않는다.

버락 오바마 정부의 ‘절제된 조치’에 높은 점수를 주는 시각도 있다. 이들은 2001년 미국 정찰기가 중국기와 충돌하면서 양국 간 군사적 긴장이 촉발됐을 때와 이번을 비교하며 미국이 ‘위기관리’에 성공하고 있다고 본다. 미국은 지난달 23일 이후 수차례 전투기를 띄워 동아시아의 현상유지를 깨는 중국의 일방주의를 묵과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반면 민간항공기들에는 중국 측 요구를 따르라 권고했다. 뉴욕타임스는 분쟁을 피하기 위해 ‘확실한 선’을 그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동시에 미국은 아시아로 귀환했다. 오바마 정부가 주장해온 아시아 재균형 정책이 최근 시리아·이란 문제 등으로 궤도를 이탈한 것처럼 보였는데, 중국의 이번 조치로 다시 미국 안보전략 이슈가 아시아에 집중되는 효과를 낳은 것이다. 중국의 움직임은 명백하게 일본을 겨냥한 것이었고, 미국은 아시아의 관리자로 적극 개입할 수 있게 됐으니 최소한 손해본 것은 없다는 것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마빈 칼브는 중국의 이번 조치가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 이후에 나온 것임에 주목하면서 중국이 본격적으로 ‘거친 정책’으로 갈 것임을 보여주는 신호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군사 비행’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은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주장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남중국해에까지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하고 나서는 걸 막겠다는 의도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구정은 기자 ttalgi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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