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일, 반성 우선” 강조… 미 “역사의 덫 갇혀” 시각차 노출

2015.03.01 22:13 입력 2015.03.01 22:36 수정
유신모 외교전문기자·워싱턴 | 손제민 특파원

박 대통령, 아베 ‘역사 수정’ 경고… 북한엔 새 제안 없어

셔먼 발언, ‘과거사는 하위 변수’ 미 아시아 정책 드러내

박근혜 대통령의 올해 3·1절 기념사는 한·일관계와 남북관계에 집중돼 있다.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이자, 광복 및 남북 분단 70주년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진솔한 반성이 전제돼야 양국이 미래 동반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한·중·일의 과거사 갈등이 ‘3국 모두의 책임’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함으로써 이 문제에 대한 한·미의 인식 차이가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96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마친 뒤 새누리당 김무성(앞줄 왼쪽에서 첫번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두번째) 대표 앞을 지나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96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마친 뒤 새누리당 김무성(앞줄 왼쪽에서 첫번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두번째) 대표 앞을 지나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 메아리 없는 대일·대북 메시지

박 대통령의 기념사는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역사적 입장은 천년이 흘러도 변할 수 없다”(2013년), “역사를 직시하고 자라나는 세대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2014년)는 과거 3·1절 기념사에 비해 부드러운 표현을 사용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날 “일본이 용기 있고 진솔하게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고 새로운 역사를 함께 써나가길 바란다”고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진정성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역사란 편한 대로 취사선택해 필요한 것만 기억하는 게 아니라는 한 역사학자의 지적을 깊이 유념할 필요가 있다”며 일본의 과거사 왜곡에 반대하는 미국 학자들의 성명을 주도한 미국 코네티컷대 알렉시스 더든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눈길을 끌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5월 미 의회 연설과 8월 종전 70주년 담화를 앞두고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 시도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또 “더 이상 남북대화를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북한에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이어 “평화와 체제 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개방과 변화의 길로 나오기 바란다”면서 북핵 포기를 촉구했다. 남북 현안에 대한 언급이나 새로운 대북 제안은 없었다.

한 “일, 반성 우선” 강조… 미 “역사의 덫 갇혀” 시각차 노출

■ ‘과거 덮자’는 미국

셔먼 차관은 지난달 27일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소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작심한 듯 한·중·일 역사갈등에 대한 미국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정치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일본의 역사왜곡 시도를 비난하는 한·중을 우회적으로 지목했다. 동북아 역사갈등 책임이 한·중·일 모두에 있으며 미래를 위해 과거에 연연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처음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 같은 발언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애초 아시아 정책을 구상할 때 과거사 변수를 간과했음을 자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이 동북아 갈등을 역사 차원이 아닌 미국의 아시아 전략틀 속에서 이해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셔먼 차관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자신의 부친이 일본군과의 전투에 참여해 부상을 당한 사연도 소개했다. 미국은 이미 전쟁 상대국이던 일본과 화해했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과 싸워 항복을 받은 미국의 입장과 식민지배 또는 침략을 당한 국가들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아시아 국가들이 이에 공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은 올해 한·중·일 정상을 워싱턴으로 초대해 이 같은 논리로 동북아 갈등을 봉합하려는 시도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어려운 외교적 과제를 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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