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못 찾는 한국 외교

여 “저울질하다 외교 고립” 외교부 질타

2015.05.01 22:16 입력 2015.05.03 11:09 수정
유신모 외교전문기자·김진우 기자

유승민·원유철, 당정회의서 ‘외교·안보 전략 부재’ 이례적 비판

국내 정치용 ‘슬로건 외교’ 한계… 윤병세 “소외는 과도한 해석”

외교가 국민을 불안케 하고 있다. 한국을 둘러싼 주변 4대 강국의 역학관계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안보질서 재편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한국의 외교전략은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한국 외교가 주변의 소용돌이 속에서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 관련기사 3면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1일 이례적으로 정부의 외교전략 부재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것은 이 같은 정부의 외교안보 전략 부재에 대한 국민적 위기감이 팽배함을 보여준다.

유승민 원내대표, 원유철 정책위의장 등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당정회의에서 정부의 외교전략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당의 요구를 전했다. 원 정책위의장은 회의 후 “우리 정부만 동북아 외교 격랑 속에서 이리저리 저울질만 하다가 외교적 고립에 처한 것은 아닌지 깊은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유 원내대표는 회의 모두에서 “집권여당에도 정부가 지금 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걱정이 많다”고 밝혔다.

윤병세 장관은 이 같은 우려를 “과도한 해석”이라고 일축했다. 윤 장관은 “한·미동맹, 미·일동맹은 상호보완적 측면이 있고 필요 범위 내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제로섬 시각에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미·일관계 진전과 무관하게 한·미관계는 업그레이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윤 장관의 이 같은 해명과 달리 한국의 외교현실은 엄중한 상황에 놓여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이 개정되고 질적으로 변화된 미·일동맹이 중국을 겨냥하면서 동북아에 긴장을 몰고 오고 있다. 과거사 문제에 막혀 일본과 냉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은 미·일의 밀착에 어쩔 수 없이 보조를 맞추고 있는 중이다. 자칫 냉전구도의 부활을 불러올 수 있는 한·미·일 군사동맹의 틀 안으로 끌려들어갈 조짐도 보인다. 중국은 한국과 달리 과거사 문제 해결을 대일관계의 전제조건으로 삼지 않는 전략적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중·일이 최근 1년 사이 두 번이나 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한국과 무척 대조적이다.

익명의 외교소식통은 “지금까지 박근혜 정부의 외교는 어려운 일을 뒤로 미루는 외교, 국내 정치를 의식한 ‘슬로건 외교’였다”면서 “치밀한 전략 없이 임기응변식의 대응외교로 일관하다 여기까지 온 것 아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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