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회고록으로 본 ‘북·미 협상 실패 원인’…가벼움·낙관주의·애매한 역할

2020.06.21 21:21 입력 2020.06.22 08:15 수정

“트럼프·김정은, 판문점서 문 대통령 동석 원치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모습을 노동신문이 다음날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모습을 노동신문이 다음날 보도했다. 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출간을 앞두고 내용이 일부 공개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났던 방>에는 북·미 협상의 실패 원인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 여럿 나온다.

회고록이 비핵화 협상에 부정적인 볼턴 전 보좌관의 입장에서 상황을 기술한 측면이 강하지만 ‘톱다운’ 접근의 한계를 보여줬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이벤트에만 매달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낙관주의’, 한국의 ‘애매한 역할’이 그것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북·미 정상외교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는 오직 언론의 주목을 끄는 데 있었다고 지적한다. 협상 실패의 가장 큰 책임은 비핵화의 실질적 내용은 아랑곳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에 있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30일 판문점 정상 회동을 ‘깜짝’ 제안했고, “세계가 그 회동에 미쳐 있다”며 만족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그는 개인적 이익과 국가적 이익을 구분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물론 참모들과 상의 없이 김 위원장에게 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검토하겠다고도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로 김 위원장이 협상 결과를 낙관하게 된 것도 북·미 협상 좌초에 원인을 제공했다.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에서 유엔 제재 해제 가능성을 물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열려 있고,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북한이 이듬해 2월 하노이 2차 정상회담에서 민수경제·인민생활 관련 제재를 우선 해제할 것을 강하게 요구한 데는 제재 완화를 시사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20일 “김 위원장이 지금 왜 이렇게까지 화가 났는지 이해할 만하다”며 “미국과의 협상이 다르게 흘러가리라는 인상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이 북·미 외교를 “한국의 창조물”이자 “한국의 통일 어젠다에 더 많이 관련된 것”이라고 표현한 것은 역설적으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중재자를 자처한 한국이 북·미 간 비핵화 정의나 접근법에 관한 현격한 인식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오히려 양측으로부터 신뢰를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고록에는 6·30 판문점 회동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참여를 원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담겼다.

당시 미국 측은 문 대통령의 동행 제안을 3차례나 완곡하게 거절했지만, 문 대통령이 “판문점 내 관측 초소까지 같이 가서 결정하자”고 했다는 것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근처에 없기를 바랐지만 문 대통령은 가능하면 3자 회담으로 만들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 워싱턴 연방지방법원 로이스 램버스 판사는 20일 회고록 출간 금지명령을 내려달라는 미 법무부 요청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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