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학살 조사 각하’에 진실화해위 상임위원 “현 정부 과거사 다루길 꺼리는 분위기 영향”

2023.05.25 17:06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25일 서울 중구 스퀘어빌딩 대회의실에서 조사개시 2주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이옥남 상임위원, 김광동 위원장, 이상훈 상임위원. |김세훈 기자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25일 서울 중구 스퀘어빌딩 대회의실에서 조사개시 2주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이옥남 상임위원, 김광동 위원장, 이상훈 상임위원. |김세훈 기자

“좀 더 폭넓게 논의를 만들어갈 수 있었는데 시간에 쫓기다 보니 급박한 분위기가 있었다. 그 이면에는 과거사 문제를 (다루기) 꺼리는 현 정부의 분위기가 좀 수용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이상훈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상임위원이 25일 진실화해위 조사개시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전날 내려진 ‘베트남전 참전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진실규명’ 각하 결정을 두고 한 말이다. 과거사 문제를 꺼리는 현 정부의 기류가 각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진실화해위는 전날 제55차 전체위원회에서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사건을 조사하지 않기로 했다. 이 사건은 1968년 2월24일 베트남 꽝남성 하미마을에 파병된 한국 군인들에 의해 현지 민간인이 집단학살을 당했다는 것으로, 베트남인 5명이 진실 규명을 신청했다.

진실화해위가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사건 조사개시 여부를 표결에 부친 결과 4대 3으로 각하 결정됐다. 다수 위원은 베트남 전쟁 시기 벌어진 외국인에 대한 인권침해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법 제2조 4항에서 정한 진실규명 범위인 ‘권위주의 통치 시기’의 인권침해 사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해외에서 외국인에게 자행된 전쟁범죄에 대해서는 진화위 법의 조사범위 밖에 있다고 판단했다”며 “결국 외교 통로로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실효성 차원의 문제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위원회가 베트남전 사건에 대해 개연성이 없다거나, 국가 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내년 5월로 만료되는 진실화해위 활동기간이 연장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 위원장은 “현재 사건처리율은 35% 수준이며, 내년 5월 위원회 종료 시까지 57%가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예정대로 위원회가 종료되면 43%의 사건이 미완으로 남게 된다. 전체 사건의 진실규명을 위해 위원회 기간 연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현재까지 진실화해위에는 진실규명 신청이 2만92건 접수됐고, 이 중 1만2405건의 조사가 개시됐다.

이 상임위원은 “(현행) 신청주의로는 신청할 능력이나 절차를 이해하지 못하는 소외계층을 보호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위원회가 직권으로 지금까지 (진실규명) 신청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포함해 폭넓게 조사를 하는 게 적절하다”며 “내년 5월 위원회가 종료되기 때문에 직권조사까지 나아가기가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위원회 기간이 연장되면 사안에 대해 더욱 유연하게 조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