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나경원 검증

2011.10.12 21:49

출총제 폐지·미디어법 통과 앞장… 여성 정계진출 외연 확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48)는 정치를 시작한 이유를 “약자의 삶을 보듬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나 후보의 17~18대 의정활동은 ‘보수·강경’ 정치인의 흔적이 역력하다.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 폐지 법안을 발의했고 종합편성채널을 허용한 미디어법 날치기 처리에 앞장섰다. 반면 장애인 또는 여성 관련 입법활동은 미흡하다고 지적된다. 초심과 의정활동 사이에 적잖은 거리가 보인다. 반대로 여당 최고위원 직책에 올라 여성의 정치진출 폭을 넓히려 애쓴 데는 후한 점수를 줘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반적인 의회활동 성적은 저조한 편이다. 2004년부터 현재까지 법안 37건(17대 28건, 18대 19건)을 대표발의했다. 이 중에 가결 통과된 법안은 6건이다. 18대에는 1건(평창동계올림픽 지원 법률안)이 통과됐다. 18대 의원 평균 대표발의 법안 수(36.9건)와 가결률(23.7%)에는 크게 못 미친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12일 서울 동숭동 한 커피전문점에서 대학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12일 서울 동숭동 한 커피전문점에서 대학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나 후보가 발의한 법안은 보수·친대기업 성향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나 후보는 2004년 8월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출총제 등 사전적, 직접적 재벌 규제는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고 이듬해 4월 출총제 폐지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미디어 관련 입법활동은 의정활동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는 방송 겸영을 허용하고 소유지분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2008년 9월 MBC <100분 토론>에서 “신문이 방송에 진입한다고 해서 지상파까지 열겠다는 입장은 아니지만…”이라고 말한 적이 있어 ‘말바꾸기’라는 힐난도 나왔다.

나 후보는 특히 미디어법 통과에 앞장섰다. 나 후보는 수차례 토론회에 나가 이명박 정부의 논리를 대변했다. 2009년 6월 CBS라디오 인터뷰에서는 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않는 이유를 “국민들도 이해하기 힘들며, 의원들도 정확하게 모른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나 후보는 2008년 8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김회선 국가정보원 2차장 등과 함께 ‘KBS 후임 사장 대책회의’ 자리에도 참석했다. 민주당과 언론단체는 이를 언론장악 음모라고 비판했다. 나 후보는 “KBS 대책회의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네티즌에게 재갈을 물린다고 비판받은 ‘사이버 모욕죄법(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도 그의 작품이다.

[서울시장 후보 인물탐구](3) 나경원 검증

나 후보가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결정적 계기는 8·24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앞두고서다. 주민투표를 밀어붙인 오세훈 전 시장을 ‘계백 장군’에 비유하며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서 꼭 필요한 성전(聖戰)”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지금도 “전면 무상급식 반대라는 원칙은 같다”고 말하고 있다. 다만 “서울시의회, 교육청과 조율해보겠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야권은 “엄마의 심정으로 시장을 하겠다면서 아이들 밥 주는 것에 인색”하다고 공격한다.

다운증후군 딸을 두고 있지만 장애인과 관련된 입법활동에는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17대에서는 특수교육보조원을 두는 등 특수교육진흥법을 3건 발의했지만 모두 대안폐기(비슷한 내용의 안건을 여러 의원이 제출했을 때 하나의 통합안으로 만들고 기존 법안은 폐기함)됐다. 18대에서는 1건(장애성년후견법)을 발의했는데, 이 또한 대안폐기됐다. 나 후보 측은 “나 후보가 당 정책위 조정위원장, 대변인 등 당직활동을 많이 했다. 그러다보니 개인 입법활동보다는 정책 전체를 조율할 때가 많았다”며 “개인적으로 ‘장애아이 We Can’이라는 사단법인을 만들어 꾸준히 활동했다”고 말했다.

여성 정치인임에도 ‘여성’을 대변하는 정치를 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다. 17대 국회에서는 모자보건법 등을 발의했으나 18대 국회에 들어와서는 관련 입법 발의가 없다. 2008년 ‘경남여성지도자협의회 정기총회’ 강연에서 “1등 신붓감은 예쁜 여자선생님, 2등 신붓감은 못생긴 여자선생님, 3등 신붓감은 이혼한 여자선생님, 4등 신붓감은 애 딸린 여자선생님”이라고 말해 여성 폄훼 논란에 휩싸였다. 대변인 시절인 2007년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방문한 일을 두고 “민생정치가 아닌 기생정치로는 결코 국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 깊이 깨닫기 바란다”고 논평을 냈다.

[서울시장 후보 인물탐구](3) 나경원 검증

나 후보가 19대 총선에서 지역구 전략 공천의 30%를 여성에게 할당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여성 정치참여 확대를 위해 노력했다는 반론도 있다. 남성 위주의 정치 풍토에서 계파나 조직 도움 없이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연이어 최고위원에 선출된 것은 주목할 만한 성과라는 평가도 있다. 당시 그는 당원 여론조사에서는 2위를 차지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 서초구 내곡동 사저 논란이 불거지자 나 후보의 대변인 시절 논평이 논란거리로 부상했다. 나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를 ‘노무현 마을’ 내지는 ‘노무현 타운’으로 불러야 할 것 같다(2007년 9월9일)”, “노무현 대통령께서 봉하마을에 쓰는 관심의 10분의 1만이라도 문화재 방재에 쏟았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2008년 1월11일)”, “역대 어느 대통령이 퇴임 후 돌아가 살 집 주변을 노 대통령처럼 세금을 들여 시끄럽고 떠들썩하게 꾸몄을까 싶다(2008년 1월28일)”는 논평을 3차례 냈다. 그는 지난 11일 KBS TV토론에서 사회자의 질문을 받고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이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에 대해)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이 대통령의)납득할 만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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