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시민의 선택

D-18…색깔론 덫에 걸려 ‘안보 우클릭’

2017.04.20 22:53 입력 2017.04.20 23:17 수정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20일 춘천 강원대에서 열린 ‘장애인의날 강원도 기념식’에서 한 장애인의 손을 잡고 있다. 춘천 | 권호욱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20일 춘천 강원대에서 열린 ‘장애인의날 강원도 기념식’에서 한 장애인의 손을 잡고 있다. 춘천 | 권호욱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보수 후보들이 쳐놓은 ‘안보 프레임’에 빠졌다. 구여권이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 색깔론을 들이대고 있지만 보수층 표심을 의식해 우클릭하면서 말려들어간 형국이다.

보수화 경향을 먼저 보인 쪽은 안 후보였다. 보수 표심을 끌어당기기 위해 거침없는 ‘우클릭 행보’를 보인 것이다.

안 후보는 20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북한은) 국방백서에 주적이라고 명시돼 있고, 지금은 남북 대치 국면”이라며 “북한은 주적”이라고 말했다. 전날 KBS TV토론에서 문 후보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북한이 우리 주적이냐”는 질문에 “그런 규정은 대통령으로서 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한 것에 대해 차별화를 시도하며 ‘안보는 보수’ 이미지를 노린 것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인 복지간담회에서 한 장애인과 인사를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인 복지간담회에서 한 장애인과 인사를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하지만 안 후보의 주장과 달리 국방백서에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만 기술돼 있다. 북한 정권·군부를 ‘평화통일의 대상’인 주민과 분리한 것이다. 안 후보는 전날 TV토론에서 ‘햇볕정책을 계승할 것이냐’는 물음에도 “공과 과가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도 이날 “우리의 주적은 북한”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보다 먼저 북한을 가겠다는 것”이라고 문 후보를 비난했다.

호남 지지를 기반으로 ‘DJ 정신 계승자’를 자처해온 국민의당의 우경화는 유력 보수 후보가 사라진 상황에서 중도·보수표를 흡수하기 위한 것이지만 당의 정체성을 버렸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문 후보는 이날 “북한은 군사적 위협이 되는 적이 분명하지만, 헌법에 의해 평화통일 대상이기도 하는 등 복합적 관계”라며 ‘북한 주적론’에 동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 후보도 안 후보의 보수표 흡수를 견제하기 위해 안보 현안에 모호한 입장을 취하며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 후보는 KBS 토론에서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사드 배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차기 정부에서 사드 배치 여부 결정”이라는 종전 입장에서 사드 배치 쪽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5차 핵실험 이전부터 논란이 된 사드 배치 문제를 6차 핵실험과 묶은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문 후보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사전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대화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남북관계를 미국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만 움직이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보수층 결집을 위해 철지난 색깔론을 주도하는 자유한국당·바른정당 등 구여권의 행태도 문·안 후보 행보에 영향을 미쳤다. 외연 확장 경쟁과 색깔론의 덫을 피하려는 의도가 안보 우클릭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야·야 안보 내전’은 보수의 안보 프레임에 스스로 빠져들어 자승자박이 될 수 있다. 우클릭 경쟁은 불확실성이 큰 한반도 안보 상황에서 차기 정부의 행동범위를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