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문재인 정부 오락가락 외교로 한일관계 신뢰 깨져···반일감정 이용하지 않을 것”

2022.02.13 08:49 입력 2022.02.13 09:09 수정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 2월 10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과학기술인이 묻고 대선후보가 답하다’ 대선후보 초청 과학기술 정책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 2월 10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과학기술인이 묻고 대선후보가 답하다’ 대선후보 초청 과학기술 정책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한일관계에 대한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의 입장을 들었다. 심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일관성 없는 대일외교를 비판하며 한일관계의 단계적 정상화 방안을 제시했다. 반일감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일본과의 경제 및 외교적 관계를 복원하겠다는 것은 이재명, 윤석열 두 유력 대선 후보들의 입장과 같았다. 심 후보와는 지난 2월 9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5년, 문재인 정부의 대일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현재 한일관계가 좋지 않은 것은 객관적 사실이다. 그런데 그 원인은 일본 정부나 우리나라 보수세력이 이야기하듯 한국 정부가 과거사 타결과 관련한 합의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일본 정부가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와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 등을 이유로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의 보복 조치를 취한 것이 원인이었다. 여당의 주요 인사가 ‘죽창가’, ‘토착왜구’ 등을 말하며 국내 정치에 반일 정서를 이용한 것도 한일관계 악화에 영향을 준 측면이 있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가 잘 풀릴 때 일본 정부도 ‘한반도평화프로세스’에 동참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외교를 펼치지 못했다. 지소미아를 종료할 수 있다고 했다가 유예하고, 위안부 합의를 재검토하겠다고 했다가 최근 정부 간 공식 합의로 인정하는 등 오락가락 외교 행보로 한일관계 신뢰가 깨졌다고 생각한다.”

-한일관계에 대해 어떤 전략을 갖고 있나.

“첫째로 설사 일본 정부가 당장 호응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반일감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 둘째는 과거사 문제는 ‘피해자 중심주의’ 등 국제사회가 공감할 보편적 원칙에 입각한 해결을 추구하되, 경제 및 외교적 관계는 복원해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겠다. 이런 원칙에 기반해 단계적 접근을 하겠다. 1단계로 우리는 일본의 WTO 제소를 철회하고, 일본은 대한국 수출규제를 해제하게 할 것이다. 2단계로 우리는 지소미아를 종료할 수 있다는 방침을 유예하고 일본은 화이트리스트를 정상화하는 동시적, 단계적 이행방안을 추진하겠다. 이러한 노력 위에서 과거사 반성과 미래를 위한 협력이 결합된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정신을 계승해, 한 차원 높은 한일관계 발전을 추진하겠다.”

-강제동원 문제로 인한 국내 일본 기업의 자산매각이 진행 중이다.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대법원의 배상 판결에 대해 일본 정부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하고 있고 일본 기업들 역시 제대로 응하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와 기업은 과거사에 대한 보상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 해결되었다고 주장하지만, 개인 청구권은 남아있다는 것이 일본 법원의 판결에도 있었다.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는 기반 위에서 정치외교적 해법이 병행돼야 한다. 사실, 일본이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를 취한 것이야말로 국제통상규범을 어긴 것이며 안보협력을 하기에는 부적절한 행태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판단을 고수하면 한일관계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다분한 것도 사실이다. 시급한 현안인 강제동원 문제 등의 해결을 위해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피해자들과의 충분한 의견 교환을 통해 ‘잠정조치’ 등의 방안을 협의하겠다. 또, 일본 측과도 현안 타결을 위한 대화를 적극 추진하겠다.”

-일본군 ‘위안부’ 합의는 완전한 파기도, 지속도 아닌 애매한 상황에 놓이게 됐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위안부 합의에 대해 굴욕적 협상이라며 무효, 재협상 추진을 공약했다. 그러나 현재는 ‘정부 간 공식 합의’로 입장이 바뀌었다. 일본 정부의 태도가 전향적으로 바뀌어서 우리 정부의 입장이 바뀐 것이 아니다. 위안부 합의는 합의 당시에도 그렇고, 합의 이후에도 피해자 중심의 원칙을 저버린 부적절한 합의다.”

-일본은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 추천을 결정했다. 과거사 문제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미래를 이야기하면서 인권존중, 평화와 공생이라는 원칙에 기반하지 않으면 불행한 과거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다만, 과거사 문제가 안 풀리면 경제와 외교 관계도 개선할 수 없다는 견해를 고수하는 것은 현재의 악화한 상황을 풀 수 있는 능동적 자세는 아니라고 본다. 위안부 합의라는 외교적 참사를 겪었던 것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과거사에 대한 보편적 접근 및 원칙에 기반해 당당한 자세를 견지하되, 악화된 경제·외교 관계를 정상화시키는 동시적·단계적 해법이 필요하다.”

-한일관계 문제와 관련해 청와대나 외교부의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고 보나.

“청와대가 대일 정책을 주도할 경우 대통령의 정치적 지지와 여론 등에 크게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가 임기 말 느닷없이 독도를 방문해 이슈화시킨 것이나 박근혜 정부가 청와대 비서실장과 일본 수상관저 국가안보국장 간 비밀협상으로 위안부 합의를 만든 것 등이 그 대표적 사례다. 청와대 수석들은 어디까지나 대통령의 참모 조직으로서 역할을 제한해야 한다. 수석제 폐지를 이미 공약했다. 대일정책 등 외교는 민간 전문가 및 시민단체 등을 포함한 공공외교도 적극 추진하되, 정부조직에서는 외교부가 책임있게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현재 외교부에서 대일본 업무를 맡는 조직은 아시아태평양국의 아태1과다. 대미국, 대중국 업무와 비교해 조직의 위상과 인원 등이 부족하다. 한일관계가 우리 경제와 외교에 차지하는 중요성에 비해서 과소하게 다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일정책을 담당하는 부서의 위상, 조직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적극 검토, 추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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