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北함정 격침 ‘피했나 실패했나’

2002.07.01 18:27

남북한 해군간에 벌어진 지난달 29일 교전에서 기습 도발한 북한 경비정을 격침시킬 수 있었지만 확전을 우려, 격침을 피했다는 합참의 발표를 놓고 군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격침이 실제 가능했나’와 ‘격침에 실패했느냐’로 좁혀진다. 만약 격침에 실패했다면 합참의 발표는 ‘보복작전에 실패했다’는 여론의 비난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1일 합참에 따르면 우리 해군은 초계함 2척과 고속정 6척(격침된 고속정 포함) 등 모두 8척의 함정이 기습 도발한 북한 경비정 1척에 대해 4,200여발의 함포탄을 퍼부었다.

우선 북한 경비정 ‘등산곶 608호’의 선제사격을 받았던 고속정 357호는 지휘관이 전사하고 통신이 두절된 상태에서도 40㎜ 함포와 20㎜ 발칸포 등 고속정 내에 있는 1,000여발의 실탄을 모두 소진했다.

357호의 앞쪽에 있던 고속정 358호도 함포 1,000여발을 발사했고, 추가로 투입된 고속정 2척 역시 각각 1,000여발씩을 발사했다.

또다른 고속정 2척은 현장으로 투입됐으나, 그때는 이미 상황이 종료돼 교전에는 참가하지 못했다. 이밖에도 15마일 후방에 있다가 교전 직후 전진배치된 초계함 2척에서는 76㎜포 40발과 40㎜포를 합쳐 모두 200여발을 쏘면서 격파사격을 했다.

우리 해군함정이 쏟아부은 4,200여발 가운데 북 경비정 1척에 맞은 경우는 약 500여발 정도인 것으로 전투에 참가했던 고속정 편대장은 증언했다. 편대장의 말에 따르면 퇴각하던 북한 경비정은 북방한계선(NLL)을 넘기 직전 약 2m 높이의 화염을 분출시켰다. 합참은 우리 초계함에서 쏜 76㎜ 포탄이 명중된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그러나 무려 4,200여발을 퍼붓고도 우리 함정은 적 경비정 1척을 격침으로까지 이끌지는 못했다.

이에 대해 합참은 “초계함의 76㎜포는 사격통제장치가 돼있어 정조준한 후 명령만 입력하면 전부 컴퓨터 처리를 통해 자동으로 발사된다”며 “북방한계선을 넘어 도주하는 적 경비정을 격침시킬 수 있었으나 이를 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합참의 자료에 따르면 29일 양측의 교전은 오전 10시25분에 시작, 오전 10시50분에 끝난 것으로 돼있다. 그 이후 오전 10시56분까지 6분 동안은 우리 함정이 NLL을 넘어 북쪽으로 가는 북 경비정을 향해 일방적인 사격을 한 것으로 합참은 발표했다. 결국 우리 함정이 NLL을 넘어선 적 경비정에 일방적인 사격을 하고도 격침시키지 못한 것이다.

합참은 또 이날 북한 경비정이 유효사거리 8,000m를 벗어난 1만2천∼1만3천m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포탄은 주로 북 경비정의 상갑판에 명중돼 침몰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함정이 침몰되기 위해서는 흘수가 있는 함정의 기관실 부분이 타격받아야 하며, 그 뚫린 구멍을 통해 물이 들어오면서 서서히 가라앉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정조준만 하면 최대사거리 안에 있어도 명중이 가능하고 격침까지 할 수 있다고 했던 전날의 합참 발표와는 아귀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 결국 우리 초계함은 적 경비정의 하부를 맞히지 못해 격침에는 실패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군 일각의 분석이다.

〈박성진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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