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과거보상 액수’가 관건

2002.09.01 18:31

오는 17일의 북·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과 일본 외무성 관계자들이 지난달 31일부터 이틀 동안 베이징(北京)에서 양국현안을 조율했다. 핵심 현안인 과거청산과 납치문제는 보상 금액과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판단 여부가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청산=보상문제는 북한의 배상청구권 주장과 일본의 경제협력 방식 지원이 맞서 있다. 북한은 지금까지 협상에서 교전국간에 적용되는 배상청구권을 요구해 왔지만 일본은 ‘북·일간에는 교전상태가 없었다’며 이를 거부해왔다. 일본 외무성 고위관계자는 1일에도 “보상에 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일본 정부로서는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때와 같은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공은 사실상 북측에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외교소식통들은 북한에 필요한 것은 외형적 형태가 아니라 돈이란 점을 강조한다. 한 관계자는 오히려 “외형적 형태에 구애받을 경우 회담이 실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최종 초점은 형식보다는 금액으로 예상된다. 65년 한·일 정상화때 일본은 한국에 5억달러(무상 3억달러, 유상 2억달러)를 지불했다. 이를 현재의 시세로 환산하면 67억달러다. 그러나 일본이 이 금액을 제시할지는 미지수다. 일본 정부는 재정난을 겪고 있다며 벌써부터 엄살을 부리고 있다.

과거사 사죄와 관련, 일본측은 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一) 총리가 표명했던 수준(아시아 제국 사람들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줬다)의 문안을 북한측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대해 북한측은 식민지 지배 당시의 인적, 물적, 정신적 피해에 대한 사죄를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98년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한·일 공동선언에서 표명한 사죄문안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납치문제=일본은 납치의혹이 제기된 8건 11명의 안부 확인 및 송환을 북한측에 요구하고 있다. 일본측 입장에서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11명 전원이 귀국하는 것이다. 그것이 무리일 경우 최소 안부에 관한 정보를 확보하지 못하면 진전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일본측의 상황 인식이다.

반면 북한은 납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설령 납치가 아닌 행방불명자로 인정해 정보를 주더라도 일본 국내의 여론을 감안하면 최대한 범위를 좁히고 시기를 늦추는 게 유리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최근 요도호 납치범들이 자신들의 행동이라고 증언한 아리모토 게이코 사건을 우선적으로 해결하고 나머지 7건 10명에 대한 문제는 추후 조사를 통해 해결을 시도한다는 방식으로 매듭지어질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일본 경찰청의 한 관계자도 “북한측은 아리모토 납치 사건을 ‘일본인에 의한 일본인 납치사건’이라고 주장하면서 자신들과는 무관한 사건이라고 얘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해결 방식에는 일본측이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최종 해결책은 역시 김정일 위원장의 몫으로 보인다.

◇미사일 및 핵개발=북한은 지난달 25~26일의 국장급 협의에서 미사일 발사 및 핵개발 문제에 대해 미사일 실험은 주권의 문제로 타국이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며 핵개발 문제는 북·일 협상의 사안이 아닌 북·미협상에서 다룰 사안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일본 외무성 역시 “이번 정상회담이 모든 현안을 해결하는 판도라 상자는 아니다”라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다만 지난 98년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이 일본의 바닷가에 떨어지고 괴선박 사건이 발생하는 등 일본의 안정보장에도 직결된다고 판단, 어떤 형태로든 발표문에 담아야 한다는 게 일본 정부의 생각이다.

이에따라 북·일 정상회담에서는 최소한도의 원칙적인 입장 표명 정도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박용채특파원 p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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