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훈련·심리전 병행 ‘위기의 상시화’ 가능성 커져

2010.12.01 21:52 입력 2010.12.02 11:27 수정

서해 한·미 연합훈련이 1일 끝났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후 한·미가 내놓은 사실상 유일한 대응책이 연합훈련이었기에 이후 전개될 한반도 정세의 향배가 주목된다. 관련국들의 외교적 협의와 추가 군사훈련, 대북심리전 등이 병행될 예정이지만, 외교적 협의가 군사적 활동을 압도하지 못할 것으로 보여 대화국면보다는 ‘상시적 위기’ 상태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군은 6일부터 나흘간 연평도·백령도를 제외한 동·남·서해상에서 한국군 자체적인 사격훈련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지난달 30일 계획됐다가 취소된 연평도 해병부대의 사격훈련도 다음주 중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연내에 한·미 연합훈련을 추가 실시하는 방안도 미국과 협의 중이다. 여기에 군은 이미 대북전단 살포를 시작했고, 확성기 심리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b>민간인 통제구역 확대</b> 군 통제구역으로 설정된 연평도에서 1일 해병대원들이 섬 지역의 주요 시설물에 철조망을 쳐 민간인의 출입을 막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민간인 통제구역 확대 군 통제구역으로 설정된 연평도에서 1일 해병대원들이 섬 지역의 주요 시설물에 철조망을 쳐 민간인의 출입을 막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북한은 서해 연합훈련 전부터 남측의 군사행동에 대한 보복을 다짐해왔다. 향후 한국 단독의 군사행동이 본격화될 경우,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핵추진 항공모함인 조지 워싱턴호가 조성했던 압도적 화력 우위가 사라지면서 국지적 충돌 가능성은 외려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남북간 ‘강 대 강’의 기류가 팽팽해진 상황에서 확성기 심리전 같은 돌발 사안이 ‘뇌관’이 될 수도 있다. 북한은 천안함 사건 이후 정부가 확성기 심리전을 고려하자, 확성기를 조준사격하겠다고 반발한 바 있다.

연평도 사태 후 남북의 군사적 대비가 총력전으로 치달으면서 아주 사소한 충돌도 양측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 반대로 이처럼 뻔히 예상되는 ‘후과’가 남북간 충돌을 제어하는 기제로 작용할 수도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 상황 관리에 나설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국군이 지난달 30일 연평도에서 실시하려던 사격훈련을 취소한 것도 미국 측의 만류 때문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과 미국의 외교적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중국은 다이빙궈 국무위원이 방한해 이명박 대통령과 만난 뒤 6자회담 수석대표 긴급회동을 제안했고, 곧 다이빙궈 국무위원을 북한에 보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토록 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이 고위급을 남북한에 순차적으로 보내 새로운 내용을 도출하지 못하더라도, 대화를 촉구하는 그러한 움직임 자체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긴장완화 효과를 가져온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도 주요 2개국(G2) 파트너인 중국과 함께 상황 관리를 해나가자는 기류가 관측된다. 로버트 기브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은 이번 사태 발생 후 항모 조지 워싱턴호를 서해에 보내 연합훈련을 실시하며 동맹국 한국의 안보에 책임있는 역할을 했다”면서 “중국 역시 북한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군사훈련·심리전 병행 ‘위기의 상시화’ 가능성 커져

하지만 미국은 기본적으로 한국, 일본과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는 데다 국내 정치적으로도 큰 유인이 없어 당장 대화 쪽으로 방향을 트는 것에 주저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소식통은 “한·일이 너무 강경하기 때문에 미국이 현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사실상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 붕괴나 정권 교체로 해결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북한도 6자회담에 미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점에서 중국이 제안한 6자 긴급회동은 연내에 성사될 가능성이 낮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북한은 지하 핵실험, 대륙간 탄도미사일과 소형화된 핵탄두 공개 등 핵 억제력 강화 차원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다만 연평도 사건의 포연이 가라앉고, 남북 간 추가 충돌이 없는 상태가 한동안 지속되면 미국 정부가 대북정책을 재검토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지난달 30일 대화파인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 것으로 안다”며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고 말했다.

<손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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