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이 대통령 임기 내 상대 않겠다는 뜻

2011.06.01 22:07 입력 2011.06.02 00:16 수정

북·중 회담 후 전략적 판단도

북한이 남북 비밀접촉을 상세히 공개하는 초강수를 꺼낸 것은 이명박 정부 임기 내에 남북 정상회담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명박 정부를 믿기 어려운 상대로 몰아세운 것이고, 북·중 정상회담 등을 거친 뒤 내린 전략적 판단으로 보인다.

비밀접촉 공개는 북측이 밝혔듯 남측이 먼저 했다. 5월19일자 경향신문 보도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어디서 누굴 접촉했는지 밝힐 순 없으나 기본적으로 대통령의 베를린 제안의 취지가 전달됐다”고 비밀접촉을 이례적으로 확인했다. 회담 성과가 없었기에 정부가 공개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에 북한은 열흘 넘게 침묵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5월20~27일)과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의 방북(5월24~28일)을 거치며 종합적 고려를 한 것으로 보인다. 전조는 지난달 30일 “남조선과 상종도 않겠다”는 국방위 대변인 성명에서 나왔다. 예비군 훈련장 사격 표적지에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얼굴사진을 넣은 것이 계기가 됐다. 정창현 민족21 대표는 “북한 정치에서 최고지도자의 얼굴을 사격 표적지에 넣은 것은 엄청난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단순히 감정적 대응이라기보다 전략적 판단도 고려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의 ‘베를린 제안’과 같은 악담을 늘어놓지 말았어야 하며 비공개 접촉사실을 왜곡해 신의 없이 공개하는 연극도 놀지 말았어야 했을 것”이란 표현에서는 청와대를 향한 불신이 읽힌다. ‘천안함’에 대해 북에는 “사과처럼 보이는 절충안이라도 만들어 내놓자”는 청와대의 이중성을 공개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무엇보다 북한은 북·중 정상회담 이후 남북대화에 연연하지 않고 중국·미국과의 관계를 축으로 2012년을 맞겠다는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봉조 전 통일차관은 “남북대화의 실체가 이런 거다라는 점을 6자 당사국들에 보여준 것”이라며 “신뢰가 없어 상종하기 어려운데 미국 등이 자꾸 남북대화를 강조하면 어렵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앞서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지난 31일 “6자회담 재개 전 남북 간 중요한 대화가 있어야 하며, 북한이 취해야 할 조치들이 있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렇다고 북한은 6자회담 틀 내의 대화까지 배제하지는 않았다. 북측 입장에는 “조선반도의 평화와 통일,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단서가 붙었다. 막혀 있는 남북대화를 우회해 북·미대화를 포함한 대화들을 거쳐 6자회담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비친 셈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북한의 행보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비핵화 회담 거부) 얘기는 없다”고 말했다.

조총련계 매체인 조선신보도 “베이징에서 진행된 조·중 수뇌회담에서 ‘전 조선반도의 비핵화 목표 견지’ ‘6자회담 재개 등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추구’ 등의 정책방향이 확인됐고, 그 직후 평양에서 동족대결 정권을 향한 최후통첩이 나왔다”고 이날 발표를 평가했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조만간 재개하게 될 대북 식량지원 역시 북한이 남쪽에 통첩성 메시지를 보낸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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