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때 ‘NLL 손 안 댄다’는 게 정부 원칙이었다”

2013.07.01 22:20 입력 2013.07.01 22:46 수정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수행한 3명 긴급 좌담회

2007년 10월 당시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행했던 핵심 관계자들은 1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회담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과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 박선원 전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 등 참여정부 외교안보 관계자들은 이날 민주당 유인태 의원이 주최한 ‘10·4 남북정상회담, 그 진실은’이라는 주제의 긴급 좌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상회담 회의록 열람·공개에 대해서는 찬반이 갈렸다.

이재정 전 장관은 “합법적인 절차를 거치더라도 정쟁을 이유로 열람해서는 안된다”고 반대했지만 백종천 전 실장은 “잘못된 부분을 확인하는 것은 분명히 필요하다”며 찬성했다. 다음은 좌담회 내용을 요약·정리한 것이다.

민주당 유인태 의원 주최로 1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긴급 좌담회에 참여정부 당시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박선원 전 통일외교안보전략 비서관(왼쪽에서 두번째부터)이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민주당 유인태 의원 주최로 1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긴급 좌담회에 참여정부 당시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박선원 전 통일외교안보전략 비서관(왼쪽에서 두번째부터)이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 이재정 “NLL은 안 다루고 어떻게 평화질서 만들지 중점 둬”
▲ 박선원 “김관진·윤병세 사전회의 참석… 진실 알고 있어”
▲ 백종천 “국정원 상식이하 회의록 원문 공개 왜곡 바로잡아야”

■ 회의록 전문 성격과 원본 공개

백종천 = 이 문건은 국가기록물과 동일하게 취급해야 한다. 정상들의 대화록이기 때문에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고려하면 국정원의 회의록 공개는 상식에 어긋난다. (원문 공개와 관련) 왜곡된 것을 바로잡아야 하니 회의록 원문 공개는 필요한 일이다.

이재정 = 국가 최고정보기관이 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한 것은 국가의 기본 질서를 완전히 무너뜨린 것이다. 이게 무슨 국가고 민주국가냐(한숨을 쉬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국기를 흔드는 목적 자체가 선거에 이용하기 위해서다. 엄청난 법률 위반이자, 헌정질서 파괴다. 국정원의 책임을 묻고 바로잡아야 한다.

박선원 =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은 청와대 문서고 대통령 문서다. 국정원이 공개할 권리가 전혀 없다.

■ 사전회의에서 NLL 다뤘나

백종천 = 당시 김장수 국방장관은 눈병이 나서 불참했고 김관진 합참의장이 참석해 “공동어로구역은 NLL 중심으로 한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이 말한 최종 지시사항은 경제협력에서 신뢰를 키워나가고 그 힘으로 군사조치를 취한 다음, NLL은 남북장관급에서 논의하자는 것이었다. 정상회담 의제로 다룰 생각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박선원 = 당시 윤병세 현 외교부 장관, 김관진 현 국방부 장관도 참석했다. 사전회의에 참석했거나 남북정상회담에 관여했던 현 정부 인사들은 말을 안 하고 있다.

이재정·박선원·백종천(왼쪽부터)

이재정·박선원·백종천(왼쪽부터)

■ NLL 포기 발언했나

백종천 = NLL 문제가 남북장성급회담에서 해결이 안되니까 11월 말에 장관급회담이 열렸다. 우리 측 대표가 김장수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다. 김 장관이 회담 전 “공동어로, 등거리, 등면적 원칙을 가지고 가겠다”고 하니, 노 전 대통령이 “아, 잘하고 있소”라고 대답했다. 장관급회담이 열렸는데 해결이 안됐다. 다시 남북장성급회담에서 하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이 “상대적으로 미진한 분야는 좀 더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무엇을 할 것인가는 1992년 기본합의서에 대부분 명시돼 있다. 2차 국방회담을 실천해나가기를 기도한다”고 했다. 정부는 NLL을 전혀 손대지 않았다.

이재정 = 정상회담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노 전 대통령은 “NLL 문제는 국민들로서는 대단히 민감한 문제다. 영토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근본적인 문제니까 뒤로 미루고 평화질서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논의하자”는 입장이었다. 기본적인 생각은 NLL은 손댈 수 없다는 것이다. 논의할 때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 해주에 공업단지를 만들어 서해안의 경제·산업적 이익을 나누는 벨트를 만든다. 둘째, 공동어로구역을 만들어서 남북 어민들이 협력관계를 만든다. 셋째, 한강 하구를 개발한다든가 더 넓게는 강화도와 인천공항을 잇는 더 큰 동북아의 핵심적 지역으로 만든다. NLL 안보·군사 지도 위에 평화 지도를 덮어서 하다 보면 해결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공감을 표하고 합의된 것이다.

■ 노 전 대통령은 미국을 폄훼했나

박선원 = 김 위원장은 6자회담을 막 끝내고 돌아온 김계관 당시 외무성 제1부상에게 6자회담 성과를 보고하게 했다. 노 전 대통령은 한·미 관계를 설명할 때도 “북한 돈 받아주는 데가 어디 있느냐. 무엇을 해도 미국 달러를 거치게 돼 있다. 대한민국이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백종천 = 김 위원장은 마치 대한민국이 ‘자주’가 부족하기 때문에 남북관계가 안된다고 하는 식으로 장황하게 늘어놨다. 노 전 대통령은 “이러면 회담 못하겠다”고 했다. 이튿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대한민국이 자주가 부족하기 때문에”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이 “그렇지 않다”고 하며 “국제무대에서 북한을 대변했다”는 말을 했다. 노 전 대통령 스스로 친미주의자라고까지 얘기했다.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회담을 성공시키기 위해 한 말이었는데 그 부분만 강조되니까 노 전 대통령이 서운하겠다.

■ 남북 정상들의 회담 태도는

이재정 = 역사적 책임감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의 각오와 준비는 대단했다. 평소에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긴장된 자세로 엄격하게 자신을 제어했다. 그것을 이렇게 폄훼하는 걸 보면서 (목소리 커짐) 정말 분노했다. 국가 정보기관이 국가의 과거를 폄훼할 수 있는가.

박선원 = 김 위원장이 개성공단 예를 들면서 “해주 특구는 우리 장군들이 반대할 거다. 나도 반대한다”고 했다. 오후 회동에서 김 위원장이 국방위원회를 소집한 뒤 “우리 장성들이 해주에 공단을 해도 된다고 한다”며 받아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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