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렬로 가는 개성공단 정상화 협상 ‘대북 강경파 입김설’

2013.07.25 23:24
이지선 기자

수석대표 교체 등 국정원·통일부 ‘강·온 갈등’

군 출신 안보라인 장악 ‘한국판 선군정치’ 우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를 해결해 보고자 열린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은 대북 강경파들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재발방지 약속과 명확한 대책을 요구하는 강경파들의 입김에 원칙도 중요하지만 입주기업 등을 고려해 유연하게 협상하자는 온건파의 목소리는 묻혔다.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가 없다면 중대 결심도 가능하다는 정부의 입장에도 이런 단호한 협상 태도가 고스란히 나타난다.

대북 강경파의 존재가 안팎의 입길에 오른 것은 개성공단 실무회담 대표단 남측 수석대표이던 서호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이 돌연 교체되면서다. 서 전 단장의 대기발령 인사가 있은 지 사흘 뒤인 지난 16일 민주당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개성공단 남북 실무회담을 둘러싸고 통일부와 국가정보원의 갈등설을 거론했다. 장 의장은 “(갈등설은) 지난 실무회담 과정에서 서호 수석대표와 국정원 출신 회담 대표 간에 갈등이 있었고, 그 갈등의 결과로 서호 수석대표가 전격 경질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 사실이라면 주무 부처 통일부가 개성공단 정상화를 중심으로 협상을 진행하는데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강경한 입장을 제시해서 갈등을 일으키지 않았는지 유추된다”고 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이 25일 밤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 기자실에서 개성공단 실무회담 결렬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이 25일 밤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 기자실에서 개성공단 실무회담 결렬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통일부는 “정기인사일 뿐”이라며 일축했다. 그러나 회담 중 수석대표 교체라는 이례적 인사를 둘러싸고 ‘회담 모니터링 과정에서 서 전 단장의 단호하지 못한 태도가 문제가 됐다’는 이야기는 청와대와 여권을 중심으로 초기부터 흘러나왔다. 박근혜 정부 통일·외교·안보 라인의 핵심 실세들이 이번 회담에선 단호한 자세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었고, 유연한 서 전 단장 태도에 불만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내각 인선 당시부터 남재준 국정원장,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군 인사들이 대북 강경책을 주도해온 바 있다.

개성공단 정상화 회담이 사실상 결렬까지 이른 데에는 군 출신 인사를 주축으로 한 대북 강경파들을 중심으로 “압박을 통해 북한을 굴복시키겠다는 경쟁전략을 쓰고 있기 때문”(한 외교 소식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한국판 선군(先軍)정치”라는 표현을 썼다. 김 교수는 “북한에 대한 강경정책,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재연기, 서해 북방한계선(NLL) 무력화 논란 등 일련의 흐름을 보면 박근혜 정부의 ‘한국판 선군정치’가 우려된다. 군 장성 출신들이 외교·안보·정보 라인을 장악하고 관련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렬로 가는 개성공단 정상화 협상 ‘대북 강경파 입김설’

이런 일련의 대북 강경책은 북한의 핵실험 등을 통한 안보 위기 고조와 개성공단 근로자 일방 철수 등으로 인해 국민들에게는 ‘단호하고 원칙 있는 자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 국정운영 지지율 조사에서 대북 정책 분야가 높은 지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이는 군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대북 강경책이 득세하는 배경이다. 한 전직 통일부 관료는 “박근혜 정부로서는 북한이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 한 강경한 대북 정책을 전환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문제는 이럴 경우 통일부·외교부 등 다른 부처들의 역량이 제대로 발휘될 기회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한 대북문제 전문가는 “점점 협상 대표의 운신 폭이 좁아지고, 주무 부처가 전문성이나 유연성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며 “지난 4월 남북 회담을 놓고 청와대가 통일부 발표를 뒤집는 상황이 몇 차례 있었는데, 그때가 떠오른다”고 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단호한 자세를 취하는 것은 좋지만 이런 분위기라면 입주기업들 피해는 어떻게 감당하겠다는 것인지 우려된다”는 말이 들린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